깨진 그릇은 돌아보지 않는다□ 남명일

2023-02-17 09:32:53

속담에 “타증불고(堕甑不顾)”라는 말이 있다. 깨진 그릇은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나라 후기 맹민이라는 독을 파는 장사군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는 독 지게를 메고 길을 가다 지게에서 독이 하나 굴러떨어져 그만 깨지게 되였다. 사람들이 독 장사군이 무척 안타까와하고 속상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독장사군은 한치의 애수함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가던 길을 그대로 변함없이 걸어가지 않겠는가. 오히려 놀란 것은 지나가던 사람들이였다. 그래서 젊은이를 불러세웠다.

“당신 짐에서 독이 땅에 떨어져 깨졌는데 어찌 그리 무심하게도 돌아보지조차 않소이까?”

그 젊은이는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떨어져 독은 깨졌거늘 되돌아본들 깨진 독이 다시 붙기라도 한단 말이오?”

사람들은 그 젊은이의 심상치 않은 대답에 깜짝 놀랐다. 이로부터 타증불고라는 속담이 생겨 전해졌다고 한다.

삶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일에 얽매이고 아쉬운 마음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이루지 못한 일이 아쉬움으로 남아 발목을 잡고 놓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꾸자꾸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 또한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미 되돌이킬 수 없을 때에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깨끗하게 잊어버릴 수 있다면 이 또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가?

올해 불혹의 나이를 넘긴 한 지인이 있는데 나와 만난 자리에서 술이 한잔 들어가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것이였다. 그는 단위에 출근한 지 십여년이 지났지만 맡은 업무가 경쟁력이 없고 또 하루하루 자신에게 차례진 일만 하다보니 지금까지 이렇다할 능력도 없고 큰 성과도 따내지 못하였다. 일이 자기 적성에 맞지 않아 따분하고 재미없지만 지금에 와서 다른 일에 도전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고 또 나이가 들어 쉽지 않다는 것이였다. 내가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부터 새로운 일에 도전하여 자신을 개변시켜도 늦지 않다고 조언해주자 그는 허구프게 웃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지금에 와서 기억력도 많이 못해지고 책을 봐도 내용을 리해할 수 없어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증서를 따내는건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젓는 것이였다. 막무가내인 지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우리는 주위에서 “왜 일찍 각성 못했을가? 왜 배움에 게을렀을가?” 라는 후회와 자책이 섞인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잘못된 만남, 잘못된 일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흘러간 물로는 풍차를 돌리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되돌릴 수 없는 지난 과거에 파묻혀 원망과 후회만 하지 말고 현재에 고마워하고 현재를 소중히 여기면서 지금의 삶에 올인 하는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가?

한국가요에 “지금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이라는 가사가 있다. 지금이 자기 인생의 가장 젊은 시절이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깊은 철학적 의미가 담긴 말이다. 그 노래를 듣게 되면 자연히 삶의 희망을 바라보게 되고 무한한 에너지가 솟는 것 같으며 사람들에게 그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준다.

살아가면서 이미 지나간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고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찾을 수 없다.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지난 일에서 교훈을 찾고 경험을 섭취하여 자신을 더 높은 단계로 향상시키는 든든한 발판으로 삼아 자신을 비약시킨다면 인생은 새로운 비전을 맞이할 것이고 우리의 앞날은 더욱 희망차게 될 것이라 믿어마지 않는다.

뒤돌아볼 줄 모르는 노루처럼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말고 오직 앞만 보면서 자신의 삶의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것이 옳바른 삶의 자세가 아닐가? 현대소설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프랑스 작가 발자크는 “쓸데없는 일들을 잊지 않으면 인생은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고 말한 적 있다. 많은 경우에 우리가 늘 불안해하고 기분이 나쁜 것은 기억할 필요없는 일들을 흘러보내지 못하고 가슴에 꽁꽁 묻어두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발전을 저애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정기적으로 훌훌 털어내버리고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산다면 우리네 삶은 더 충실하고 더 풍요로워지며 더 윤택해질 것이다. 당신은 이미 끝나버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지는 않는지? 아니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는지? 한번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면서 성큼성큼 앞만 보고 걸어가는 우직한 독 장수 맹민을 떠올리며 겸손한 자세로 삶의 옷깃을 여미고 마음의 끈을 다잡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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