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센스로 따뜻한 도시를□ 리련화

2023-05-12 09:23:42

어스름해져서 친구랑 동네를 산책하던중 갑자기 자전거가 인행도로를 지나가길래 옆으로 슬쩍 피했다.

동시에 손에 예리한 통증이 전해졌다. 자세히 보니 인행도에 구역가름용으로 조성된 화단에 가시쇠줄을 둘러놓았는데 거기에 긁힌 것이였다. 녹까지 쓴 것을 보니 둘러놓은 지 꽤 오래 된 것 같았다. 봄이 되면서 관목잎이 무성하게 돋아나 쇠줄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피가 안 났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파상풍 주사값은 어디 가서 달라고 해야 하지?

예리하게 잘라놓은 쇠줄 끝이 삐죽삐죽 매듭을 지은 그것은 도심의 사각지대가 되여 고스란히 행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관목을 1메터 남짓한 높이로 다듬어놓은 거기에 왜 쇠줄을 둘렀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 사람들이 에돌아가지 않고 화단을 가로질러 다닌다고 둘러놓은 것 같은데 한창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지나가다 긁히기라도 하면 큰일이 아닌가.

평소에는 가시쇠줄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이 지나쳤지만 긁히고 다시 생각해보니 아직도 이런 쇠줄이 사람이 다니는 인행도에 버젓이 둘러져있고 이런 위험한 도구로 ‘효과적인 무단횡단 방지’를 한다는 게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대책이라고 생각된다. 여유와 따뜻함이 넘쳐야 할 산책로에서 마을에 침입한 야수 취급을 받은 기분이랄가.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가장 저렴하고 가장 확실한 대책으로는 가시쇠줄이 제격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아한 우리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선이다. 이건 대책이 아니라 ‘배척’이다.

‘란간에 목이 끼운 사람들’에 관한 사고가 생각난다. 해당 키워드로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란간에 목이 끼운 사건사고가 전국 각지에 아주 많다. 사진을 보면 쇠살 사이 너비가 딱 사람 목이 끼기 좋을 만한 너비인 데다 쇠살의 웃부분에 가름대가 없어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란간을 디자인할 때 이런 위험요소까지 고려하면 좋으련만 재료원가 절감과 기본기능에만 충실하다 보니 이런 페단이 생기는 것이 아닐가 싶다.

대책을 강구할 때 단순히 목적성보다는 좀 더 따뜻한 시선과 배려를 얹었으면 좋겠다. 다 사람 사는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조화롭고 좀 더 살맛 나게 가꾸기 위한 과정인데, 가끔씩 이러저러한 아쉬움이 눈에 띄여서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어떤 상가에서는 량문형 출입문의 한쪽에 ‘이 문이 마사졌음!(此门已坏)’이라고 써붙이는데 ‘긍정에너지로 꾸며도 모자랄 상가에 왜 이렇게 무뚝뚝한 문구를?’하고 생각하게 된다. 상가에 들어서기도 전에 뭔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같은 값에 ‘이쪽 문을 리용해주세요.’라고 따뜻하게 제시어를 바꿔주면 안될가?

공사중이라서 길을 에돌아가라는 패말도 그렇다. 공사 현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후과는 본인이 책임지라.’는 공갈까지 받고 에돌아가는 기분이란…

본심은 그렇지 않을 건데 지금까지 다른데서 다 그런식으로 썼으니 덩달아 묻어가는 것도 딱딱한 조치나 딱딱한 안내문구가 구태의연하게 존재하는 리유의 한가지가 되겠다. 존중, 배려와 사랑의 마음에서 출발한다면 공공시설도, 조치도, 안내문구도 좀 더 문화적이고 감화력이 있을 것이며 이 도시도 따뜻한 온도를 지닌 ‘가원’이 될 텐데.

최근 연길에 다녀간 관광객들은 ‘횡단보도 행인우선’을 실현한 연길의 시민자질을 높이 사고 있다. 한 도시에 대한 호감도는 도시문명 수준과 정비례하고 도시문명의 척도는 구석구석의 디테일에서 체현된다. “무엇을 위반하면 어떤 후과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가 아니라 시민들의 주인공의식과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우리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 영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조치와 대책이 훨씬 인정미 넘치고 효과적일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리만의 센스로 우리만의 독특한 인문풍경과 문화적 력량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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