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만이 깃든 풍찬로숙□ 리련화

2023-07-20 10:08:43

친구의 초대를 받아 캠핑장에 차린 ‘살림집’으로 놀러갔다. 그즈음 장마비가 련며칠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캠핑에 운치를 더해주었다.

우리는 샤브샤브 식재료들과 맥주 몇가지를 차에 싣고 연길시내에서 약 25킬로메터 떨어진 캠핑장으로 향했다. 요즘은 샤브샤브 식재료만 전문 파는 마트가 있어 식재료는 거기서 사고 샤브샤브 베이스는 사천에서 직접 공수해다 판다는 가게에 들려서 포장했다.

친구는 캠핑장의 공간을 임대해서 글램핑을 한 지 오라다. 캠핑장은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더러는 캠핑장에 하루밤만 묵어가는 손님들이고, 더러는 글램핑을 하는 사람들이였는데 그중에서도 일부는 친구처럼 가끔씩 와서 묵어가는 사람들이고 더러는 아예 출퇴근을 캠핑장에서 하는 사람들이였다.

친구의 텐트는 타오르는 불처럼 빨간 꽃망울이 한창 다닥다닥 맺힌 관목 곁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때는 객실 따로, 주방 따로 갖추고 10명까지 수용할 수 있게 요란하게 펼쳐놓았던 그는 언제부턴가 갑자기 밀리터리풍에 빠져서 원래 갖추었던 캠핑장비들을 처리할 건 다 중고로 처리하고 새롭게 밀리터리풍 계렬의 제품들로 갖추었다.

“캠핑이 원래 그래. 탐색하는 과정이지. 사용해보고 내가 원하는 것만 남기고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중고로 팔아.”

모든 제품은 톤다운된 그린색으로, 장기간 캠핑에 조예가 깊은 친구의 엄선으로 기능성이 높고 디자인이 정교해서 캠퍼로서의 로련미가 돋보였다.

친구가 불을 지폈고 우리는 각자가 알아서 샤브샤브를 차렸다. 비방울이 장막천을 때리는 소리에도 음질 좋은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은 손색이 가지 않았다.

장기간 집과 직장만 왕복하다보면 숨이 트일 공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사람들의 활동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면서 손바닥만한 연길시내는 더 이상 우리의 성에 차지 않아서 그런지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 일례로 요즘은 커피숍도 도심과 살짝 떨어진 야외커피숍이 엄청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어떤 으슥한 곳에 자리잡았든 네비게이션과 차만 있으면 당도할 수 있으니까.

샤브샤브가 끓기 시작하면서 텐트내도 후끈해지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 좋은 술,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 그렇듯 행복지수를 한껏 높여준다. 위챗으로 매일 소통하는 우리지만, 가끔씩 무릎을 맞대고 하는 식사자리가 필요하다.

땅거미가 지자 텐트에 쳐놓은 조명들이 더욱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린근 텐트들에서도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와 웬지 모를 아늑함이 느껴졌다. 시내는 고온으로 아우성이지만 산간은 아직도 바람이 차갑다. 멀리 산봉우리에 산안개가 넉넉하게 서려있는 모습은 선경을 방불케 했다.

이 즈음에서 “나에게 길고 긴 머리카락이 있다면/ 저 산안개처럼 넉넉히 풀어 헤쳐/ 당신을 감싸리”라고 읊었던 류시화의 시가 생각난다.

나에게는 캠핑장비라야 고작 내 몫의 의자 몇개에 그릇 몇개 뿐이지만 친구의 캠핑장비는 누군가를 초대하기 위해 갖추고 꾸민 것이였다. 산안개처럼 넉넉히 풀어헤쳐 베푸는 친구의 성품이 돋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업적인 만남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이뤄지는 이 공간, 이런 특별한 공간에 초대받은 사람은 캠핑장의 운치 있는 자연환경에서 느끼는 감성은 물론 주인장의 넉넉한 베품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숟가락만 달랑 들고 초대받은 나는 이 순간만은 랑만의 밤에 심취되여 미안함도 고마움도 래일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까놓고 말해 캠핑은 품격 있는 풍찬로숙이요, 랑만이 깃든 고생이다.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텐트를 세팅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차려놓고… 장작을 패고 불을 피우고… 즐기고 향수하는 과정이 끝나면 또 거두고 닦고 씻고 치우고… 캠핑중에 악천후가 닥치면 캠퍼들은 오히려 아늑한 장막 안에서 그것을 견디는 것을 더욱 즐긴다. 비록 비로 인해 축축하거나 폭설로 인해 기온이 내려갈지라도, 아늑한 공간에 한몸 뉘이면 하늘과 땅 사이에는 오로지 자신 홀몸 뿐이다. 따분한 일상을 반복하다가 삶의 목표도 의미도 희미해지고, 어떤 자극이 필요할 때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것으로 자연이 최고, 그래서 캠핑 한번으로도 우리는 얻어갈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예전에는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집 떠나서 행복을 찾는다. 쓰디쓴 갈잎의 자극 같은 캠핑이 좋아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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