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값하기 □ 최 복

2023-07-28 08:43:50

어떤 모임에 참가하게 되였는데 그날 모임에는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한참 우인 선배들이 많았다. 자녀들이 장성해 육아사업을 일찌감치 ‘졸업’한 왕언니들, 직장생활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대선배들… 솔직히 그날 나는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갔다. 나이가 주는 경험은 무시 못하니까 영양가 있는 말들을 내심 기대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이 선배들은 자기의 육아 경험, 인생 경험에 대해 하나둘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자식은 이렇게 키워야 된다느니 부부간에는 이렇게 대처해야 된다느니, 시부모와의 관계는 이렇게 해야 정답이라느니… 하나의 주제가 나오면 그들 사이에서는 견해와 의견들이 분분하게 오갔다. 그러다 알콜농도가 올라가고 수다시간이 길어지면서 말투나 행동, 표정들이 그 공간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로 끌어올렸고 본연의 모습들도 차츰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 때는 말이요…”

이른바 ‘라떼’ 시절부터 시작해 구구절절 본인 생각만 말하는 사람, 내 자식을 명문대에 보냈으니 나 만큼 육아를 잘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는 식의 자식 자랑을 하는 사람, 인생 다 쓸데없고 돈만 있으면 요즘 세상 쉽게 살아간다면서 금전만능주의를 웨치는 사람, 그들에게 내재된 심리는 물론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적라라하게 표출되였다.

처음에는 그들을 보면서 개성이 강한 언니들이구나, 세상은 넓고 별의별 사람들이 다 존재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찾기도 했다.

먼저 ‘조퇴’하자니 례의가 아닌 듯싶고 분위기상 한소리 크게 들을 것 같아 꾹 참고 앉아있었다. 그래도 들을 말도 있고 점잖은 분들도 여럿 있었으니 말이다.

어떻든간에 그날 모임에서 스스로 깨달은 바는 있었다. 그 자리는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대한 어떠한 추상적인 이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역시나 나이를 먹었다 해서 다 어른은 아니구나!’였다.

우리는 흔히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 ‘나이값을 하라’는 식의 말을 듣는다. 나이값을 못하면 그 사람은 모든 면에서 저평가를 받게 되는 세상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 게 서럽고 때로는 나이가 듦을 리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요즘은 나이를 먹었다 해서 틀에 박힌 것들, 그러한 요소들, 그러한 신념들이 흐트러질 때가 많다. 그중에서도 걸핏하면 나이를 ‘무기’로 내세우는 짓이 가장 어른답지 못한 심리라 풀이된다.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로서는 어찌 보면 어정쩡하게 중간 즈음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나의 웃세대도 배울 점이 많고 아래 세대도 그만큼의 력량이나 그릇이 큰 사람들이 많다. 우수한 점은 따라배우고 본받아야 한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배워왔다.

모임에서 만난 그 누구처럼 세상에서 본인이 가장 똑똑하고 정확하다고 착각한 나머지 어린 후배에게 이래라 저래라 구구절절 본인의 틀에 맞춰라는 식의 어른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과 재화를 미끼로 또는 부모라는 ‘명분’을 앞세우면서 어린 자녀들의 인격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어리석은 부모들, 본인 세대들은 대단한 인생을 살았고 힘들게 살았는데 요즘의 젊은이들은 고생을 하지 않으려는 기생충 같은 인생을 살려 한다며 꼰대 행세를 하는 사람들, 허영심과 허세만 가득차 명품으로 온 몸을 휘감고 다니면서 쓸데없는 우월감을 드러내는 사람들···

참으로 다양한 인격체의 무늬만  ‘어른’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꽤 존재한다.

직장생활에서도 진정으로 어른답게, 후배들을 챙기고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여주는 선배들이 결코 흔치는 않다. 좋은 것을 보여주고 물려줘야 선배이고 어른다운 처사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을 볼 때면 유감스럽기만 하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저 시간이 흘러간다는 의미가 크다. 또한 단순히 시간이 흘러간다는 점보다는 젊었을 때 범했던 착오나 과거의 어른답지 못한 행동들을 끝없이 그때그때 바로 성찰하면서 점잖게 나이 먹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 어른다운 자세가 아닐가 싶다.

언젠가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문득 든다.

  “우아하게 나이가 들지는 못해도 최소한 나이값은 하면서 살아가자고. 늙어서 더 추한 꼴을 당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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