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도서, 열독의 유토피아 □ 리련화

2024-01-04 15:37:37

요즘 오랜만에 놓았던 책을 다시 들기 시작했다.

그 계기는 친구가 갑자기 전자도서를 가득 보내줬기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이 다운받은거야? 하고 물었더니 저작권을 걱정안해도 되는 작품이라며 근심말라고 한다. 보고싶은 책이 있으면 찾아주겠다는 말도 얹어서.

찜찜함도 뒤로 하고 전자도서를 읽는데는 죄가 없으니 일단 읽기로 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그동안 틱톡이나 번져보면서 지냈던 시간이 막 후회될 정도였다. 독서앱에 하루 독서시간을 120분으로 설정했지만, 이건 뭐 세시간, 네시간씩 읽어도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다.

책을 읽으니 잠도 어찌 잘 오는지, 매일 자기전에 틱톡을 번지다가 쓸데없는 것을 잔뜩 사지를 때는 새벽 한시, 두시까지 멀뚱멀뚱 잠을 자지 못했는데 이젠 열한시가 되니 벌써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책이 너무 재미있어 억지로 부릅뜨고 읽다가, 마지막엔 안구가 너무 말라들어 올빼미처럼 한쪽눈만 뜨고 읽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친한 친구들이 오구작작 모여있는 위챗그룹에 매일 읽은 책제목과 간략한 소개, 독서시간을 기록해서 올렸더니 위챗그룹에도 서서히 독서의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책을 마저 읽고 싶어 저녁에 아이를 일찍 재운다는 둥, 책을 읽으니 예능프로를 보기 싫어진다는 둥, 그런 일상적이고 따뜻한 얘기를 나누며 우리는 겨끔내기로 독서기록을 올린다. 기록을 보니 저마끔 독서 취향이 환히 알린다. 누구는 소설을, 누구는 판타지를, 누구는 자기계발서를… 아무리 재미있는 책을 읽어도 서로에게 일독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그게 편하다. 누가 나에게 재미있는 소설 추천해줘 하고 요청을 하기 전에는.

반면 페단도 있었으니 몇몇 동갑내기들은 글씨가 너무 작아서 눈이 가물거린다고 한다. 아, 벌써 원시나 약시가 와서 폰트를 크게 조절해도 눈이 피로하다고 한다. 아아, 그러니 아직 시력에 문제가 없어서 전자도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종이책만 고집하던 어머니도,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을 다운해서 폰트를 크게 설정해드렸더니 커피숍에 앉아있는 내내 열심히 읽는다. 드디여 어머니도 전자도서에 입문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시름이 활 놓인다. 독서가 유일한 취미인 어머니는 적적하다고 끊임없이 책을 빌려다 달라고 나에게 주문했었다. 그 덕분에 몇년동안 연변도서관은 정말 며칠에 한번씩 펄락거렸고, 중고책그룹이나 나눔그룹에서 누가 책을 내놓기만하면 잽싸게 낚아채서 친정집에 보내군 했다.

그렇게 읽을거리를 이어대다 못해 이젠 제발 좀 전자도서를 읽으라고 그토록 권유했건만 습관안된다는 리유로 거절했던 어머니였다. 그런 상황에 어머니의 전자도서 입문은 마치 곳간을 듬뿍 채운 농사군의 든든함과 같은 기분이 드는 좋은 일이였다. 이제 나의 자그마한 폰 속에 있는 전자도서 백여권을(물론 욕심때문에 이것저것 잔뜩 다운하기는 했지만) 보여드릴 생각을 하니 당분간은 책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전자책을 읽기 시작하니 독서앱이 마치 열독의 유토피아라도 된 양 자꾸만 펼쳐서 책궤에 진렬된 장서들을 훑어본다. 든든하구나, 하면서 흡족한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비록 99%가 소설이지만 소설이 뭐 어때서? 베스트셀러의 앞순위는 대부분 소설이란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지.

2022년 중국 디지털열독시장규모는 453.9억원에 달했고 그중 전자도서시장규모는 73%로 332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아직 2023년 통계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시장규모가 약 3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독서는 일종 취미이다. 거기서 새로운 정보나 지식도 얻고 교양이나 상식도 쌓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독서는 일종 환상적인 세계에로의 려행인 것 같다. 다양한 문화컨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마당에 소셜미디어를 자률적으로 끊지 못하던 나를 구원한 건 그래도 역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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