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가치와 진정한 의미 □ 김은희

2024-01-11 09:20:13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독특한 판타지소설이다. 이 작품은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하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빽빽한 소나무 숲속 무너진 작은 원형 극장 안에서 모모라는 이름의 소녀가 혼자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는 모모가 불쌍해서 그에게 음식이며 생활용품을 가져다줬다. 그러다 어느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모네 집을 자주 방문하기 시작한다. 왜 사람들은 모모네 집으로 모여들었을가? 바로 모모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과거나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에게는 일반 사람에게는 없는 령민한 청력,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재주가 있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도시의 사람들은 모모를 사랑하며 그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모모는 그들에게 시간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회색옷을 입은 사나이들이 도시에 나타난다. 그들은 ‘시간저축 은행’이라는 기관을 소개하며 사람들에게 시간을 절약하고 저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점차 그들의 말에 현혹되여간다.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저축하기 위해 가족, 친구, 취미 등 소중했던 것들을 포기하기 시작한다.

도시는 점점 무기력하고 차거운 곳으로 변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멀어지고 아이들의 웃음도 사라진다. 모모는 이 변화를 주목하고 회색 사나이들의 진짜 목적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들이 도시의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시간을 어디론가 가져가는 것을 발견한다. 모모는 시간을 다루는 신비한 생물, 시간꽃을 지키는 거부기와 함께 회색 사나이들의 본거지로 려행을 떠난다.

려행 도중, 모모는 시간의 본질과 그 가치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시간이 돈이나 재산처럼 저축하거나 소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순간순간을 소중히 살아가며 만들어지는 것임을 알게 된다.

모모는 결국 회색 사나이들의 비밀을 밝혀내고 도시의 사람들에게 진정한 시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도시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고 사람들은 모모의 도움으로 다시 삶의 진짜 의미와 가치를 찾게 된다.

이처럼 이야기의 핵심은 시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까만 고수머리를 한 녀자아이 모모, 현자 같은 청소부 할아버지 베포, 언제나 끊임없이 이야기가 샘솟는 청년 기기, 사람들에게 시간을 주는 호라 박사, 거부기 카시오페이아 그리고 언제나 자기 시간을 자기가 가장 재밌게 쓸 수 있는 아이들… 바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찾을 줄 알고 가장 재밌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다. 어쩌면 우리 가슴속에 숨겨져있는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끊임없는 이야기와 모험과 상상력 속에서 행복과 풍요로움을 즐기던 사람들에게서 시간을 빼앗아 목숨을 이어가는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 그 즐거움을 모두 빼앗아간다. 모모와 호라 박사는 일생일대의 모험을 벌리며 사람들에게 시간을 되찾아준다. 소설의 마지막 장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끝>에서 미하일 엔데는 시간은 삶이고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반복해서 알려준다.

소설은 이러한 깊은 철리외에도 많은 기묘한 상상으로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슬프면서도 말속에 말이 있는 ‘악마거울 공주’의 이야기, ‘시간의 꽃’의 묘사와 설정, ‘미래, 현재, 과거’의 세 형제와 그 수수께끼에 관한 이야기…

미하엘 엔데는 또 언어의 정교한 활용, 각종 비유와 묘사, 그리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명구 등 추상적인 시간개념, 리해하기 쉽지 않은 철학 개념을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하면서 화려한 환상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나만의 시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등을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모》를 읽으면서 우리는 가끔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소중한 시간을 잃어가고 있는지 깊이 느끼게 된다. 책 속의 회색신사들은 현대의 무한한 소비문화와 성공을 위한 경잭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과 가치를 대변해주는 게 아닐가 싶다.

이 책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모험 속에 모험이 들어있고 상상 속에 상상이 나래를 펼친다. 우리는 《모모》를 통해 기적과 신비와 온기로 가득한 세계로 옮겨간다. 또 성공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다가 쓰라린 실패를 맛보고 있는 어른들에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는 따스한 정, 상상의 세계, 행복한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엔데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이 어우러진 세계를 그려내며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39종의 문자로 번역되여 수백만부가 팔린 엔데의 세계를 뒤흔든 시간 판타지소설로 유명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시간의 신비한 비밀에 대해 쓴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시간을 해석하는 가장 좋은 저본이 아닐가 싶다. 현대 물질사회를 날카롭게 폭로하면서 인류의 무한한 사랑과 우리의 삶과 가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를 감동시키는 이야기를 읽는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의 풍요와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아이든 어른이든 모두 진지하게 읽어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진정한 시간이란 시계나 달력으로 잴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그 시간 속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2024년, 1년이라는 시간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새로운 한해,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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