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다섯시 반□ 주련화

2024-02-23 05:23:05

나이가 들수록 잠이 적어진다는 마법은 나도 비껴갈 수 없는가 보다. 다섯시가 조금 넘으면 어김없이 기상하는 육체에 이끌려 령혼도 간발의 차이로 기상한다.

하루에 백번 넘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또 백번이 넘게 삐지는 유치원생 둘째는 아직도 숨소리 쌔근거리고 무협 마니아인 첫째는 꿈속에서 상공을 꽤나 날아예는지 미간을 쪼프린 채로 숨소리가 무겁다,

2메터 침대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계시는 어떤 분은 코 고는 소리가 천장까지 솟아오른다. 최소한의 소리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그들을 문 너머에 남겨두고 나는 다섯시 반의 아침으로 걸어간다.

조식으로 유명한 도시답게 줄을 짓고 있는 장방형 정방형의 가게들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하나 둘씩 불이 들어오고 그 불빛들 사이로 어른거리는 주인들의 례사롭지 않는 몸놀림에 눈길이 머문다.

그들의 손에서는 2분내에 록두가루를 얇게 펴서 만든 전병에 기름튀기와 각종 야채를 함께 만 짼삥꿔즈(煎饼果子)가 탄생하는가 하면 닭고기를 얇게 저며서 조금 꿋꿋한 떡에 말은 따빙리지(大饼里脊)가 탄생한다.

면목이 있는 몇몇 가게 주인들과 눈인사를 주고받고 나면 이 동네에서 꽤나 오래 살아온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조금 더 걸으면 붉은색 비닐 막으로 간이 장막을 만들어놓고 허름한 의자와 낡아빠진 식탁이 전부인 가게가 보인다.

장막 안을 꽉 채운 뽀얀 수증기 속에서 나이 지긋한 두 내외가 빠른 솜씨로 움직이고 있다. 여러가지 음식들을 함께 취급하는지라 출처를 가늠할 수 없는 냄새들이 어우러져 땅에 걸쭉하니 달라붙는다.

큰 사이즈의 도마 우로 조금은 묽어보이는 밀가루 반죽이 펼쳐진다. 식칼 소리가 울리기 바쁘게 길죽하게 변신을 하더니 이내 노랗게 몸을 부풀린 채로 기름 우로 동동 떠오른다. 조식의 킹으로 불리우는 기름튀기의 탄생 과정이다.

오래된 알류미늄 가마에서는 팔각향을 풍기는 탱글탱글한 차지단이 전신욕을 즐기고 있고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철가마에는 야들야들함의 대명사인 초두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왁작지껄이는 소리를 가르면 훈둔 사발에만 집중해있는 환경미화원이 보이고 공문가방을 가슴에 껴안은 채 두유에 기름튀기를 말아버린 샐러리맨도 보인다. 비싸보이는 밍크코트에 굽 높은 하얀색 힐을 신은 미모의 녀인은 고수와 기름 고추가루가 듬뿍 올려진 초두부 사발에 부지런히 숟가락을 꽂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환경 미화원은 거리 사이를 누비면서 밤새 제법 쌓인 눈들을 밀어낼 것이고 샐러리맨은 피피티 한장 펼치고 열변을 토하고 있겠지. 밍크코트의 행방은 알 수 없다. 거리 너머에 있는 건축자재시장의 로반냥으로 얼추 짐작을 넣어본다.

시간이 한동안 흘렀다 싶으면 거리에는 어디서 밤을 보냈는지 알 수 없는 자동차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새벽 뻐스 한대가 꿈틀거린다.

사람의 욕망은 아침에 제일 적다고 한다. 퍽퍽함이 트랜드 마크인 도시가 제일 말랑말랑한 구석을 드러내는 그 시간이 바로 다섯시 반이 아닌가 싶다.

  나는 희망이 싹이 트는 아침의 다섯시 반이 좋다. 나랑 같은 시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민낯을 보면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 푸근함에 반해 나의 아침형 인간 라이프는 앞으로도 꽤나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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