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눈 오는 날 아침□ 곽고분

2024-03-01 07:52:20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분명히 북방도시에 속하나 겨울이면 일년내내 내리는 눈을 합쳐도 바람에 나붓기는 먼지에 불과할 정도로 가련하기 그지없다. 길바닥에 하얀 눈이 두툼히 쌓이고 아이들이 발자국을 내면서 눈사람을 만드는 동화 같은 장면은 더구나 보기 힘든 곳이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에 이 도시에 십년 만에 한번 보기 드문 큰눈이 내렸다.

눈이 예쁘게 내리는 날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이런 날은 워낙 난방이 잘 오는 따듯한 집에서 커피 한잔 풀고 창밖의 설경을 감상하는 여유가 있어야 제법인데, 나는 그날 부득이 회사 일로 외근을 나가지 않으면 안되였다. 솜털 같은 흰 눈이 비처럼 쏟아져내려 와이퍼를 최고속으로 틀어도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도로 바닥에 두껍게 깔린 눈 때문에 차량들이 평소보다 차간격을 훨씬 크게 두고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이런 날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늦더라도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누구나 깨달은 모양이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해 회사 업무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도가 두개밖에 없는 고가도로에 들어섰을 때였다. 길이 미끄러워 시속 3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는중에 옆차도에서 화물차 한대가 서서히 다가왔다. 큰 차가 옆차도에 있을 경우 빠른 시간내에 차 옆을 지나는 것은 원칙이였지만 눈길에서 서뿔리 속도를 가했다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가 봐 나는 화물차가 먼저 지나게끔 속도를 줄이면서 뒤에 떨어질 생각이였다. 바로 이때 경적소리가 빵빵 하고 크게 울려서 깜짝 놀라 백미러를 쳐다보니 컨테이너차가 뒤에서 쫓아오고 있었다. 가뜩이나 눈길이 미끄러운 날에 뭘 그리 빨리 가고 싶어 안달인지. 문제는 내가 옆차도에 화물차가 있어서 비켜설 곳도 없는데 어쩌라고. 이런 생각으로 불만을 쌓고 있을 때, 컨테이너차는 또다시 경적을 끊임없이 울리는 동시에 이번에는 전조등까지 번쩍거리며 위급하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훅 치고 들어와 다시 백미러로 본 컨테이너차는 곧 내 차를 들이박을 기세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가속페달을 정신없이 밟고 사신과 분초를 다투며 미친 듯이 위험에서 도망쳤다. 한참 후 컨테이너차가 백미러에서 작은 점으로 보여서야 목구멍까지 치닫던 긴장감이 풀리면서 크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차도를 바꾸었다.

운전을 시작해서부터 그날처럼 등골에 식은 땀이 나고 위기감에 휘말렸던 적은 없었다. 컨테이너차는 앞질러가겠다고 경적을 울렸던 것이 아니라, 길이 미끄러워 브레이크를 밟아도 속도가 줄여지지 않으니 나더러 가속하라는 신호였다. 나는 처음부터 컨테이너차의 의도를 잘못 리해했던 것이다.

평소에 운전을 하다 보면 앞에 차가 조금이라도 미적거리면 뒤에 차가 참지 못하고 빵빵 하고 경적을 울린다. 이건 빨리 가든지 비켜주든지 하라는 신호이다. 이럴 경우 앞에 차 기사의 태도는 대부분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신호를 받은 즉시 조치를 취해 뒤에 차의 편리를 봐주는 센스쟁이 기사가 있고 다른 하나는 뒤에 차의 신호를 무시하는 기사들이다. 그중 성질이 개떡 같은 자는 욕설을 퍼붓고 ‘매너’를 갖춘 자는 “너 재간 있으며 날아가 봐~”라는 멘트를 던진다. 그날 같은 경우 나는 분명히 후자에 속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국 자동차 보유량이 4.35억대를 돌파했고 매년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400만건을 초과하며 그중 10만명 좌우의 사람이 교통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한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나도 저 통계수치 안에 들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내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상대방과 그의 가족을 위해 운전할 때면 항상 교통규칙을 잘 지켜야 하고 더불어 누구나 마음속에 양행원칙(让行原则)을 품고 있다면 우리 사회는 교통사고로 인한 불행한 가정이 줄어들고 훨씬 화목하지 않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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