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생존력 그리고 희망□ 김은희

2024-03-07 06:06:04

《남아있는 나날》은 일본 태생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스티븐스가 차를 타고 영국 시골을 려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티븐스는 이 려행 도중에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지난날을 회고한다. 그가 무려 35년간 모셨던 신사 달링턴 경은 밀실에서 비공식회담을 주재하고 외교정책을 좌우하던 사교계의 중심인물로, 스티븐스는 그림자처럼 그를 돕는 집사의 직무를 통해 세상의 중심축에 닿아있다는 내밀한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세간의 존경을 받던 달링턴 경이 나치 지지자라는 오명을 쓴 채 사회적으로 추락하면서 스티븐스의 경력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미 주인에 대한 존경을 넘어 맹목적인 헌신을 자처하던 스티븐스는 달링턴 경이 완벽한 도덕관을 가졌다는 믿음을 놓지 못한다. 평생 집사의 업무에만 매달린 탓에 아버지의 림종도 지키지 못하고 사랑하는 녀인마저 떠나보내야 했던 그에게 달링턴 홀이 상징하는 세계는 단지 ‘일’이 아닌 ‘삶’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국의 한 저명한 저택의 집사로 평생을 보낸 스티븐스가 생애 첫 려행을 떠나는 현재와, 그곳에서의 지난 시절에 대한 회상이 짜임새 있게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스티브스는 려행하는 내내 ‘위대한 집사’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한다.

작품에서 저자는 일관되게 능숙한 자질구레한 추억의 수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추억은 이시구로의 작품을 리해하는 핵심이다. 이 작품에서 스티븐스의 추억은 개인의 회상 차원을 초월해 더욱 깊은 집단기억 차원, 민족기억 차원으로 확장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일생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의 문화적 기억, 신분적 기억, 심지어 그 뒤에 숨겨진 력사적 기억까지 추억 속에서 추구한다.

이 책은 스티븐스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그의 내면갈등과 인생의 의미를 다루며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스티븐스는 부인과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 레드파드 부인과의 만남은 스티븐스의 내면갈등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며 그의 인생에 새로운 시점을 제공한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욕망, 인간관계와 인생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풍부한 언어로 전달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생각과 감동을 선사한다.

소설의 전체적인 창작에서 볼 때 이시구로는 한 남자 집사의 생활로 소설 전체를 구축하지만 스티븐스에 대한 그의 묘사는 그가 일반인으로서의 인지상정에 착안해 모든 이야기를 인물의 성격발전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사고 구조가 엄밀하고 서사 론리가 합리적이다.

소설에는 아버지 스티븐스씨가 년로하고 몸이 약해 정자 앞에서 넘어진 후 아들 스티븐스와 켄튼이 그가 “정자 앞에서 배회하며 지면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그가 거기에 잃어버린 보물을 찾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라는 묘사와 스티븐스는 비록 켄튼에게 감정을 토로하지 않았지만 거실에서 “켄튼이 아주 부드럽게 나의 품속의 책을 꺼냈는데 실제상 매번 2센치메터 좌우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장면은 이미 함축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이러한 섬세한 장면묘사는 모두 고도의 창작기교를 보여주면서 인물성격을 생동감 있게 나타낸다. 남자 집사라는 직업의 문화적 배경을 리해하지 못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이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친근감을 가지게 한다.

또 장력이 넘치는 서사수법으로 스티븐스의 다면 성격을 보여주며, 스티븐스에 대해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인간적인 리해를 더 많이 가지게 한다.

한편, 소설은 늙은 스티븐스가 려행 도중에 옛일을 조금씩 회상하고 많은 세부 사항을 서서히 수면 우로 떠오르게 하는 방식으로 그의 사랑 비극에 필요한 복선을 깔아놓는다. 작품 전체의 고조 부분으로서, 스티븐스는 두 사람이 만난 상황을 제때에 독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이틀 후에야 이번 만남의 소소한 것들을 하나하나 서술한다.

결말에서 스티븐스는 부인과 함께 려행을 마무리하면서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는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욕망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겪지만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마음을 따라 결정을 내린다. 그는 자신의 인생과 선택에 대한 확신을 찾으며 과거와 현재를 통합시키고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이 결말은 우리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며 인생의 선택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스티븐스의 려정을 따라가면서 우리 자신의 삶과 선택을 돌아보게 하면서 감동을 안겨준다.

이처럼 소설은 인생의 황혼녘에 비로소 깨달은 삶의 가치 그리고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허무함과 애잔함, 스티븐스가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하는 녀인과 아버지, 그리고 30년 넘게 모셔온 달링턴 경에 관한 이야기를 축으로 우리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언인지를 넌지시 말해준다.

  출간과 동시에 “가슴 저미게 파고드는 수법이 거의 마술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높은 찬사를 받은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단순한 구조 속에 구시대와 신시대의 충돌, 일과 륜리, 위대함과 정직함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담았다. 2017년 이시구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되면서 그의 소설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대표작인 이 작품은 전세계 20여개 나라 언어로 번역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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