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수□ 최복

2024-03-08 07:05:58

방학 동안 아들하고 오랜만에 바둑을 두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바둑의 묘미를 다시금 느꼈다.

동적인 자세에서 보면 바둑은 지루하고 심심하며 심지어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융통성이 없을 것이다, 고지식할 것이다, 성격이 괴벽할 것이다 등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론리를 펼치는 이들도 간혹 있긴 하다.

그러나 바둑의 세계는 심오하고 인간의 다양한 심리와 내면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보드게임중 하나이다. 한마디로 바둑은 침묵 속 맹렬한 승부의 세계에서 경우의 수 읽기라고 흔히들 말한다.

지금 아들 나이 또래에 나도 처음으로 삼촌에게서 바둑 두는 법을 배웠다. 바둑을 꽤 잘 뒀던 삼촌 덕에 나는 지금까지도 바둑판에서 펼쳐진 ‘명승부’ 장면들을 잊을 수 없다.

바둑의 승리 조건은 단 하나이다. 상대방보다 ‘집’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다. 바둑의 룰 자체는 하루만 배워도 다 알 정도로 간단하지만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워 다양한 전략을 짤수 있다 보니 제대로 바둑을 둘 줄 아는 상대를 만나 한판의 진검승부를 겨룬다면 그 진입장벽은 매우 높은편이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두뇌싸움의 게임이기도 하다.

특히 나이를 한두살 먹어가면서 바둑의 세계가 주는 심오한 의미들이 더욱 실감 나게 현실적으로 와닿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바둑판은 결국 상대와 겨루는 ‘전쟁터’이다. 전쟁터 안에서는 ‘령역싸움’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내 령역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혹은 상대 령역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사활을 건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바둑에서는 가장 흥미진진한 수가 되기도 한다.

요즘 ‘신의 한수’라는 표현을 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바둑에서 나온 원래 의미는 신통한 묘수를 가르키는 관건적 수를 일컫는데 현대사회에서 사용되는 ‘신의 한수’는 기상천외한 묘책 또는 먼 앞을 내다본 행동이 그때와 딱 맞아떨어졌을 때 활용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때로는 관건적 시각에 상대에 기습적인 한방을 먹이는 공격이 된다거나 또는 스스로에게 악착같은 방어수단이 되는 최고의 한방이 된다는 뜻으로 파생적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했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얽히고 설킨 감정이나 복잡다단한 관계를 맺기 마련이다. 특히 직장생활에서는 더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가 발생한다.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공격해오는 당돌한 후배가 있는가 하면 때로 하찮은 일로 괴롭히는 못난 선배도 있다. 그런 일을 당한다면 경우의 수가 대체적으로 두 부류로 나뉜다. 바로 즉각 반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덤덤하게 흔들림 없는 자세를 보이는 ‘고수’들이 있다.

바둑으로 분석하면 ‘역류’를 보이는 것과 ‘순류’를 보이는 두가지 반응으로 갈라진다.

예전에 바둑을 테마로 다룬 한 드라마에서는 바둑판을 인간관계의 ‘링’으로 표현한 가운데 그 치렬한 링 우에서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순류’의 자세야말로 최고의 공격수단이자 방어수단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역류’, 즉 상대가 일으킨 판에서 내가 즉각적으로 응수하거나 내색을 바로 드러내는 것은 ‘하수들이 하는 행동 따위’라고 바둑에서는 빗대여서 표현을 한다. 즉각적으로 성급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면 상대의 립장에서는 역시나 손바닥 안에 있다는 듯이 속으로는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쾌재를 부르게 된다.

지금 어디서인가 인간적 관계를 맺는데 고민한다 거나 또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즉각 ‘역류’를 일으키거나 절대 바로 발끈하며 응수하지 말자! 그건 어리석은 짓이다.

반면 상대가 하찮은 인간이고 별 볼일 없다는 듯이 무시를 해버린다면 그 상대의 립장에서 볼 때 오히려 그것이 ‘역류’가 되여 결국 판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러다 상대의 동태를 살피고 기회를 엿보다가 ‘신의 한수’가 되는 강력한 한방을 언젠가 내 쪽에서 날리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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