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사교공포증(社恐)’을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하지 못하거나 될수록 회피하려고 한다. 이와 정반대인 사교성이 뛰여나고 인맥이 넓은 사람들은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개인관계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근 과학자들이 초파리에서 개인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얼마나 중심에 위치할 수 있는지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카나다 토론토대학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팀은 초파리가 초파리 사이의 관계에서 얼마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 결정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그 연구결과가 최근 국제학술지 《자연·통신》에 발표됐다.  발견된 이 유전자에는 ‘케빈 베이컨 지수(Dokb)’ 유전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케빈 베이컨 지수는 어떤 영화배우를 골랐을 때 미국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은 영화배우인 케빈 베이컨까지 몇 다리를 건너야 아는 사이인지 계산하는 ‘케빈 베이컨 게임’에서 따온 지수이다. 지수가 낮을수록 사회적 관계에서 중심에 있다는 뜻이다.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은 사회적 집단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상호 작용한다. 인간은 사회적 네트워크 속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비만이나 흡연, 행복감 등 여러가지 영향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사회적 네트워크가 연구되여왔지만 유전자가 네트워크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초파리에서 발견한 ‘CG14109’라는 유전자가 초파리의 관계 중심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Dokb’라고 이름을 달아주었다. 연구팀이 개체의 ‘Dokb’ 유전자의 발현을 의도적으로 줄이자 초파리 사이에서 해당 개체의 관계 중심성이 줄어들었다.

현재 이 유전자는 초파리에서만 연구되였다. 연구진은 “Dokb 유전자가 관여하는 분자나 세포의 회로가 초파리가 아닌 다른 동물 종에도 보존되여있는지는 앞으로 더한층 되는 연구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