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에 길들여지다 보니 외출이 점점 뜸해진다. 바깥 출입이라 해야 집과 사무실 사이를 오가는 게 거의 전부이다. 그래도 간혹 바깥에 무슨 신제품이 나왔는가 바깥 어디에 무엇이 달라졌나 두루 보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하여 오늘은 잡았던 일을 내치고 문뜩 이 동네 으뜸 자랑거리인 도소매 시장으로 훌쩍 나섰다.
100년 력사를 훌쩍 넘은 이 시장은 농수산물, 생활용품, 건축자재 등의 도매, 소매 및 물류를 일체화한 초대형 상품집산지로서 시민 생활과 도시 력사가 흐르는 생생한 생활 현장이기도 하다. 동시에 권역내에는 다양한 서비스 업체가 수없이 파생, 공생하면서 주말이나 평일이나를 막론하고 쇼핑객, 유람객, 장사객들과 여가를 즐기는 한객들이 모여들어 늘 북적북적한 풍경을 연출하는 명소였다.
대개 1년 전에 왔을 때도 무척 썰렁한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아주 휑뎅그렁한 모습 그 자체이다. 먹거리 시장은 그래도 인적기가 보이는데 의류, 화장품, 공예품을 취급하는 빌딩은 원래 5층 건물이던 것이 지금은 아예 4, 5층을 페쇄해버렸고 영업중 가게라 해야 좀 보태 말하면 하나 건너가 빈 상태였다. 거니는 손님이라야 ‘가뭄에 콩 나듯’ 한데 멀뚱멀뚱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 주인들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했다. 게다가 젊은이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대부분 로인층이였는데 다수가 심심풀이 소일거리로 시간을 때우러 나온 사람이 틀림없었다. 경악할 정도였다.
옛날 일면식이 있는 한 업주와 한담을 나누었다. 그는 장사가 도저히 말도 안되는데 가게 임대가 만기되면 즉시 접을 거라고 했다. 온종일 눈 빠지게 기다려봐야 임대료를 내고 나면 입에 풀칠할 거리도 안된단다. 상당한 가게들이 그처럼 페업을 준비하는 이냥저냥 상태라고 했다.
부근에 즐비하던 상가들이 하나 건너 문을 닫고 재임대 표지를 붙이는데 곁에서 한담에 끼여들던 녀성 친구는 한 집이 문을 닫으면 옆집이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닫는다며 문학적 우스개를 했다. 상품류통이 판매자 시장으로부터 구매자 시장으로 이전된 등 원인과 소비심리 변화도 원인이지만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몰아온 격변의 충격이였다.
이런 위기 속에서 창업을 감행한 나젊은 커플이 있었다. 이들은 어느 의류공장의 직매장을 인수하고 의류의 판매, 설계, 홈쇼핑, 해외 직판 등 방식으로 매출을 급등시키면서 1년 사이에 가게 두개를 합병하여 확장했다. 특히 인공지능을 리용하여 맞춤형 복장을 제공하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스타일이 세련되여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 이야기이다. 전문지식이 있고 사교기능이 출중하지만 일본어와 한국어가 능란하여 자석이 철을 흡수하듯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것이 주위 동업자들의 평가이다. 이들은 불황 속에서 숨겨진 기회와 성장의 씨앗을 예리하게 찾아내 앞길을 개척하는 신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능화 시대, 시장의 변화, 소비자의 진화 그리고 인공지능의 파도는 피할 수 없다.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것을 타고 올라 헤쳐나가는 돌파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 격랑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방향타를 튼튼히 잡고 신뢰, 공감, 친절이 담긴 이미지와 능란한 정보 파악, 슬기로운 자기 표달이 구비된 자기만의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하여 활발한 감성교류의 소질과 세련된 언어 기량도 갖춰야 할 것이다. 전제는 적어도 두가지 언어를 잘 장악하여 광범한 타인과 친숙히 소통하면서 끈끈한 인맥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대체 못하는 인간만의 령역인 것이다.
이와 같이 시대의 선두주자로 되기 위해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광활한 기회 마당이 열려져 많은 기회가 저절로 찾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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