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그동안 해독이 불가능하거나 까다로웠던 고대기록 연구가 활발해졌다. AI는 방대한 량의 글을 대신 읽거나 읽을 수 없는 빈 문자를 채우거나 사라진 언어를 해독하며 력사를 재구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자연》은 일전 AI를 활용해 고대기록과 문자를 해독하는 다양한 연구사례들을 소개했다.
지난해 2월 한 학생연구팀이 약 2000년 전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폭발로 타버린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 내용 일부를 AI로 명확히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두루마리 해독을 위해 1000팀 이상 참가한 ‘베수비오 도전’ 대회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돌돌 말린 채 화산재로 덮여있던 파피루스(纸莎草) 두루마리는 부서지기 쉽게 탄화돼 기존방법으로는 손상 없이 열어볼 수 없다. 대회를 주최한 미국 켄터키대학교 실즈 교수팀은 두루마리를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스캔해 펼친 데이터를 공개했다. 학생연구팀은 데이터에서 잉크가 있는 부분을 식별하도록 AI를 학습시켜 두루마리의 내용을 복원했다.
두루마리에는 유쾌한 맛, 볼거리 등 감각에서 나오는 쾌락의 원천을 찾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학자들은 두루마리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를 추종했던 학자 필로데무스의 도서관 장서로 추정했다. 비슷한 상태로 발견된 200개 이상의 두루마리가 해독되면 에피쿠로스학파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발견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도구는 사람보다 더 많은 언어를 저장, 인식하며 문장에서 통계적 도안을 스스로 발견한다. 이를 활용해 개봉이 불가능한 두루마리 뿐만 아니라 인간 전문가를 도와 고대기록 해석에도 도움을 준다.
2022년 이딸리아와 미국 연구자들은 6만 3000개 이상의 필사된 고대 그리스 비문을 학습시킨 ‘이타카’라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타카는 고대 문장에서 인위적으로 생성된 빈 공간을 62%의 정확도로 복원했다. 인간 전문가의 정확도는 25%에 그쳤다. 이타카의 제안을 받은 전문가는 72%의 정확도로 빈칸을 채울 수 있었다. 이타카는 비문의 지리적 기원을 71% 정확도로 밝히고 비문 년대를 기존 추정치와 30년 이내로 근사하는 데 성공했다.
매우 적은 기록만 남은 고대어 문제도 AI가 돕고 있다. 연구자들은 AI 도구를 고대 기록을 탐색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평가한다. 실즈 교수팀은 AI의 잉크 감지 계산법을 개선하고 미개봉 파피루스 두루마리 전체에 대한 해독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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