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생존경쟁이 치렬해진 현대사회에서는 빠르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였다. 컴퓨터의 속도는 빠름의 경쟁이고 모든 상품의 제조공정도 느림으로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단위 시간당 얼마 만큼을 생산할 수 있느냐, 즉 생산속도의 경쟁이 되고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생활절주 속에서 우리는 종종 느긋함을 잃어버린다. 이를테면 분초를 다투는 치렬한 상업경쟁, 초고속으로 전달되는 정보, 하루라도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서두르게 만든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들은 뭐든지 빨리 완성하고 남보다 한발 더 빨리 이루기에 급급하다. 주위를 살펴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부랴부랴 직장으로 뛰여가고 점심시간에는 꼭꼭 씹어삼킬 틈도 없이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밀어넣는다. 하루를 쫓기듯 다그치지만 정작 삶의 의미는 점점 가벼워지기만 한다.
나도 한때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에는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하려고 늘 허둥댔다. 그러다 보니 종종 실수도 저지르고 어떠한 일을 해도 속도는 빨랐지만 질은 늘 엉망이였다. 그래서 상사의 지적도 여러번 받았으나 쉽게 잘 고쳐지지 않았다. 한편 느긋한 사람은 굼뜨고 느리기는 하지만 서서히 조금씩 해나가기 때문에 결과의 도출은 빠르지 않지만 큰 실수는 없는편이였다. 우보천리라는 말이 있다. 느리게 걷는 소가 가히 천리를 갈 수는 있지만 세상 짐승 가운데서 가장 빠르게 뛰는 치타나 호랑이는 1킬로메터도 최고의 속도로 달리지 못한다. 체온 상승으로 인해 장시간 달리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치타의 빠름을 닮을 것인가? 소의 걸음걸이를 닮을 것인가는 각자가 선택할 몫이다.
늘 빨리빨리만 추구하는 데 익숙해졌던 나도 어느 순간 지천명의 문턱에 성큼 들어서고 보니 점차 느끼는 바가 있다. 빠르기만 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좀 늦더라도 자기의 절주에 따라 착실하게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바 모든 일에 느긋해야 일의 질도 삶의 질도 향상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였다.
느긋함은 결코 게으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현재를 제대로 살아내는 용기이자 삶의 본질을 되찾는 현명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두 나무군이 있는데 한 나무군은 날이 밝자 산으로 가 나무를 하기 시작했다. 허나 다른 나무군은 준비물을 착실히 갖추는 한편 아침시간을 리용해 나무를 할 도끼를 갈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되자 그 나무군은 나무를 하러 산에 갔는데 날이 선 도끼로 빠른 시간내에 많은 나무를 했다. 반면 먼저 나무를 베기 시작한 나무군은 얼마 가지 않아 도끼날이 무디여 나무를 얼마 베지 못했다. 속도만 추구하다 일을 망친 실례라고 볼 수 있겠다.
느림은 과학이라는 미국 하버드대학의 연구결과가 있다. 하버드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0분 가벼운 산책을 하며 주변을 관찰한 사람들은 창의성 테스트에서 60%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두뇌는 느슨해질 때야말로 가장 활발히 움직인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해냈다.
요즘 들어 나는 급한 일이 생겼을 때일수록 한걸음 물러서서 주위를 돌아보는 습관을 키운다. 평온한 삶의 리듬을 깨고 나만 조급해하지 않는지? 급히 이루려고만 하지 않는지? 나는 수시로 나에게 속도를 줄이고 평정심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다잡는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지만 나의 절주 대로 매사에 서두르지 않고 느긋함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마음먹는다. 즉 이제부터라도 모든 면에서 치타나 롤러코스터가 아닌 소나 회전목마 같은 삶의 태도를 갖추는 것이다. 충분히 주변을 보면서, 또 적당한 즐거움을 얻으면서 열심히 움직이는 회전목마 같은 삶을 사는 가운데서 느긋함과 기다림의 미학을 배워가련다.
진정으로 자신을 활기찬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외로움을 참고 좌절에 견디며 남들의 차거운 시선을 감내해야 하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천천히 뿌리를 내려야 한다.
우리가 매사에 ‘빨리빨리’에 끌리지 않고 생명이 자신만의 리듬으로 숨을 쉬고 자라도록 허용할 때 우리에게 속한 좋은 운이 ‘느리게’ 가는 궤적을 따라 차근차근 다가오지 않을가?
다시한번 느긋함의 미학에 대해 생각하면서 빠르고 급한 것이 최선인 물질의 개념에서 정신세계로 방향을 바꿔, 느긋함을 즐기고 여유를 가져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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