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 남명일

2025-12-05 09:09:53

‘눈치’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주어진 상황을 적절한 시기에 빠르게 알아차리는 능력 또는 그 눈빛’을 의미한다. 이는 타인의 기분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며 의사소통에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우리는 직장생활이나 일상에서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는데 실제로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는 속담이나 ‘눈치 코치가 없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사회생활에서 중요하게 여겨져왔다.

하지만 과도한 눈치 보기와 타인의 시선에 대한 집착은 결국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기’를 소모시키는 행위가 된다. 이는 타인의 프레임 속에 나를 가두고 나 자신의 목소리를 외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얼마 전 인상적인 글을 하나 읽었다. 70대 할머니가 그림을 배우고 싶어했지만 가족들은 ‘그 나이에 무슨 그림이냐’, ‘그림은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만류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얘들아, 나는 화가가 되려는 게 아니란다. 그냥 소녀시절부터 그리고 싶던 그림을 그리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 만큼은 너무 즐거울 것 같아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한번 도전해보고 싶구나.”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술교실에 등록한 할머니는 열심히 그림을 배우러 다녔다. 처음 할머니의 그림은 선이 삐뚤고 명암이 선명하지 않았으며 색채 조합도 아름답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건 내 그림이야. 남의 그림과 비교할 필요 없어. 나만 열심히 그리고 마음이 즐거우면 되는 거야.”라고 스스로 격려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몇달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할머니의 그림에서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진정성과 따뜻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미술선생님조차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할머니의 그림은 기법은 서툴지만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요. 이런 그림이 진짜 예술이예요.”라고 칭찬했다.

이 글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 바가 있었다.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서 타인의 시선이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집중했으며 완벽함보다는 진정성을 택했던 것이다.

이 글을 계기로 처음으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열정 가득했던 젊은 시절에는 남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빴고 눈치껏 일을 처리하느라 무척 애를 썼다. 타인의 비위에 맞추어 살다 보니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채 살아왔다. 남들의 기대치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선에 나를 맞추려 애쓰면서 나 스스로가 가진 개성과 고유한 색갈을 희미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실 우리가 눈치를 보는 근본적인 리유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내면의 욕구 즉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평가를 곧 자신의 가치로 동일시하기 시작하면 그들의 시선은 곧 나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자대가 된다. 타인에게 의존하여 자존감을 채우려는 시도 자체가 우리를 영원한 불안과 부자유의 굴레에 가두는 것이다.

그러나 지천명의 나이가 된 지금에 와서야 차츰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리듬 대로 사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욕심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자유로워진 것도 있지만 젊었을 적에는 중요하다고 여겼던 상당수의 것들이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명예나 성공이라는 외적 기준에 연연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내면의 충족감과 평화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남의 시선, 사회적 성공, 물질적 풍요 이 모든 것들이 젊었을 때는 가장 중요해보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만의 삶을 사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였다. 그리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얼마나 자유롭고 진정성 있게 사느냐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였다.

문득 근대 철학의 창시자중의 한 사람인 독일 철학자 칸트의 명언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나이가 들어서 지혜가 생기는 것은 경험이 쌓여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법을 배워서이다.”

다시말해 쓸데없는 남의 시선 따위는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기 때문에 보람찬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삶이야말로 진정한 지혜가 아닐가 싶다.

우리가 남의 눈치를 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모든 일에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교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괴로움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불행한 리유는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사회는 SNS를 통해 타인의 완벽하게 포장된 모습과 자신을 끊임없이 대조하게 만들며 불행의 감정을 부추긴다. 하지만 비교란 결국 타인의 장점과 나의 단점을 대조하는 비론리적인 행위일 뿐이다.

따라서 비교를 멈추는 순간 삶은 즐거워지고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지며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인생이 완벽하지 않아도 나만의 리듬으로 살기 시작하면 남과 비교할 필요도 남을 따라 할 필요도 없다. 비교를 멈추는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매일매일이 즐거워진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자신의 리듬으로, 자신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 정답이다. 실수해도 괜찮다. 인생에서 실수는 새로운 배움의 기회이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임을 알아야 한다. 살아가면서 두렵고 서툴고 창피할지라도 그 안에서 찾는 자유와 즐거움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다.

이제부터라도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모든 욕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나만의 인생을 사는 가장 멋진 삶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来源:延边日报
初审:林洪吉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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