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주로 왕조의 교체나 시대순에 따른 안내를 따라가며 미리 정해진 동선 대로 력사를 훑어보는 방식을 경험하군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유연한 서사방식이 전국 각지의 박물관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중국국가박물관이 2025년 7월부터 선보인 ‘미지도’ 프로젝트는 전시의 물리적 공간과 선형적인 시간의 제약을 과감히 허물었다. 이 프로젝트는 박물관내 여러 상설 전시실에서 엄선한 32점의 유물을 ‘미’라는 하나의 주제로 엮어 새로운 관람경로를 구축했다.
소박하고 고전적인 앙소문화의 채색도자기부터 강렬하고 위엄 있는 상주시대의 청동기 그리고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청나라 자기까지 관람객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모든 전시실을 돌 필요가 없다. 대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미니 프로그램의 안내를 받으며 여러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고 최종적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심미적 인지맥락을 완성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유물에 대한 해석권과 관람경로 선택권의 일부를 관람객에게 돌려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이를 통해 박물관 관람은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동적 수용’에서 벗어나 관람객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능동적 탐색’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 사회의 대외개방 확대 기조에 발맞추어 많은 박물관의 국제 전시 기획 방식 또한 변하고 있다. 단순히 해외의 유물을 들여와 이국적인 문명을 소개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박물관이 서사 구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수평적 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문명서사의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실크박물관 관장 계효분은 문화간 교류전시를 기획할 때 “단순히 전시물을 옮겨오는 일방적인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함으로써 그들이 전시를 통해 스스로 깊이 있는 고민과 사유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디지털기술이 전시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관람경험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핵심 엔진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도입된 다양한 몰입형 상호작용 기술은 유물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집중하고 있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단순히 유리창 너머로 유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력사적 현장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유물과 교감하며 더욱 생생하고 실감 나는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되였다.
북경대운하박물관의 ‘보게 되리라, 은상’ 특별전에서는 첨단기술이 과감하게 도입되였다. 이번 전시는 ‘갑골풍운’이라 불리우는 확장현실 몰입형 공간을 마련하여 시각과 청각은 물론 후각과 촉각까지 아우르는 다중감각을 통해 은나라의 력사적 현장을 그대로 재현했다.
관람객이 혼합현실 기기를 착용하면 마치 실제 유물을 손에 쥔 것처럼 청동기 문양을 다각도에서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심지어 청동기 주조 과정까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최초로 ‘볼륨메트릭 비디오’와 ‘지면 체감 시스템’ 그리고 ‘후각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결합한 가상현실 체험이다.
기기를 착용하고 은나라 도읍의 제단 우를 거닐며 살아 움직이는 갑골문을 만지거나 상나라 전사로 변신해 전장을 누비다 보면 관람객은 압도적인 몰입감과 함께 력사의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된다.
2025년 한해 동안 펼쳐진 전시 혁신사례들은 박물관 기획의 초점이 이제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관람객들의 깊은 사유와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는 데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최근 개최된 ‘2025 전국박물관장포럼’에서 업계 전문가들이 도출한 공통된 견해와도 일맥상통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박물관 기획이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대화형 방식’을 적극 채택하여 력사와 문화에 대한 현대적 서사를 새롭게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광명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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