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를 여는 문턱에서 들려온 연길시조선족무형문화유산보호중심의 중국 민간문예 수상소식은 우리 민족 예술이 중국 민간문예의 정상에 우뚝 섰음을 상징했다.
우리 지역에서 풍년을 기원하며 울려퍼졌던 조선족 농악장단이 중국 전역을 매료시켰다.
연길시조선족무형문화유산보호중심이 선보인 북춤(鼓舞)·북장단(鼓乐) 작품 <농악장단─경풍락(农乐长短─庆丰乐)>이 제17회 중국 민간문예 ‘산화상(山花奖)’ 우수민간예술공연 작품상을 수상하며 우리 민족 예술의 우수성을 다시한번 증명했다.
중국 민간문예 ‘산화상’은 그 명칭부터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험준한 산맥 사이에서도 꿋꿋이 피여나는 ‘산꽃’처럼 민초들의 삶 속에서 자생적으로 피여난 예술의 생명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중앙선전부의 비준하에 중국문학예술계련합회와 중국민간문예가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상은 2년에 한번씩 평의하는데 중국 전역의 수만개 작품을 거르고 걸러 단 몇점의 우수작만을 선정한다. 1999년 첫발을 뗀 이래 산화상은 명실상부한 중국 민간문예의 최고 권위이자 ‘민간예술의 올림픽’으로 불리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서성 서금에서 열린 제17회 최종 심사 무대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찼다. 각 성을 대표해 올라온 23개의 최정예 팀들이 저마다의 민속예술을 뽐냈지만 연길시조선족무형문화유산보호중심의 무대가 시작되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됐다. 화려한 상모돌리기와 가슴을 울리는 북소리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한 태평소의 소리는 심사위원관 관객들의 전률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농악장단─경풍락>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뿌리는 조선족 민간에 깊이 박혀있는 ‘농악무’에 있다. 2021년 제5차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대표종목으로 선정된 조선족 농악장단은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 그리고 공동체의식을 상징하는 가장 상징적인 문화자산이다.
이번 작품은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적 감각을 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무형문화유산 조선족 농악장단의 대표전승자인 진경수를 필두로 허길룡, 오영학, 정미화, 강룡해 등 연변의 중견 예술가들은 수년간 문헌조사와 현장 발굴을 통해 전통농악의 리듬 변화를 분석했다. 이들은 광장에서 펼쳐지던 대규모 공연방식을 무대예술에 적합하도록 응축시키는 동시에 농악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고양시켜 ‘농악장단’이라는 독특한 타악조합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농악장단─경풍락>은 악기 구성부터 치밀하게 설계되였다. 작품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리 민족 특유의 미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 민족 타악기의 핵심인 장구, 북, 징, 꽹과리가 중심을 잡고 조선족 음악의 근간인 3박자를 토대로 변화무쌍한 장단을 엮어내며 특유의 밀고 당기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서양음악이 2박자나 4박자로 안정감을 준다면 우리 장단 특유의 멋은 장구와 북이 땅의 기운을 다독이면 꽹과리와 징이 하늘의 소리를 열고 그 사이를 태평소가 독주하며 인간의 희로애락을 노래한다.
조선족 농악장단 성급 대표 전승자인 진경수는 이번 수상을 두고 “연변인민은 고난 속에서도 늘 춤과 노래를 잃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그 락천적인 정신과 래일의 안녕을 바라는 우리 모두의 념원을 담은 작품이다.”라고 소개했다.
공연의 압권은 단연 태평소 독주였다. 웅장한 타악기의 연주 사이를 뚫고 나오는 태평소의 날카로우면서도 구성진 가락은 풍년을 맞이한 기쁨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변인민의 락천적인 기상과 서로 화합하며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념원을 소리에 담아낸 것이다. 무대 우에서 펼쳐지는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강렬한 타악의 비트는 관객들로 하여금 연변의 대지 우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렬했다.
이번 산화상 수상은 단순한 예술적 성취 이상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이 중국내 다민족 문화지형 속에서 예술적 지위를 확보했고 연변지역의 문화유산이 현대적인 문화산업 콘텐츠로서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진경수는 “이번 수상은 연길시조선족무형문화유산보호중심이 그동안 견지해온 ‘전승을 바탕으로 한 혁신’의 성과물이다. 무형문화유산은 박물관에 갇힌 유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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