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너를 잡초라 하며
누가 너를 꽃이 아니라 하랴
바람에 흔들려도
고집스럽게 땅을 잡고
하늘을 향해 웃으며
뿌리 깊은 외로움을 녹인다
바람의 우편마차
땅 우 가장 가벼운 편지
어디로 날아갈지 고민한다
멀리 갈수록 더 많은
새 생명을 심는 약속
눈꽃처럼 채 가시기도 전에
언제나 봄이 먼저 저물었다
어머니 자장가처럼
보드라운 흰 솜털
고향 내음 싣고 날아가는 너
세상 모두 너를 잡초라 할지라도
나는 너를 자유의 노래라 부르리
가을 락엽
가을은 깊은 생각을
붉은 물감으로 적어
주소 없는 편지를 날린다
한잎 한잎 뒤집힌 사연을
바람에 실어 보내는 엽서
표지는 모두 흡사할지라도
속지만은 계절의 동일한 필체다
해살에 방향을 정하고
달빛에 발신지를 적어
비물이 첨부한 사연을
계절은 속절없이 갈무리한다
우연히 주은 편지에도
접힌 시간을 알 수 있고
이파리 경계에서는
선명한 서명 흔적을 볼 수 있다
가을 사랑은 주소 없이도
잘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니
봄이면 신록으로 돋아
다시 땅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된장국
숙성된 맛과 내음으로
내 입을 사로잡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꿈에도 보고 싶던
노을 핀 고향의 하늘을 본 듯
속이 뻥 뚫리게 개운하다
그 맛에 인이 박힌 나는
먼곳에서도 언제나
고향집 부엌으로 달려가고 싶다
국물 한그릇에도
어머님의 손맛이 담긴
고향의 흙냄새가 밴 강물이다
그 속에서 나는
물장구 치고 싶은
영원한 아이로 남고 싶다
불편한 동거
어둠 속 등불처럼
늦은 밤까지 내 곁에 있다
너의 입김에서
천개의 별을 키스로 삼키며
궁금증을 풀고 욕구를 충족한다
침대에서도 너를 찾아
끝없는 스킨십으로
유혹의 불면증에 시달린다
안개처럼 시력이 흐려지고
경추가 돌처럼 굳어가도
곁에 없으면 상사병에 걸린 듯
온 하루 무너진 성처럼 무맥하다
너는 나에게
설레임을 주고
나는 너에게
충전이라는 약속을 잊지 않는다
이 불편한 동거
언제면 끝낼 수 있을가
빈집
언제부터 굶었을가
꺼진 눈빛으로
허우대 큰 몸은 힘 없어
목마른 입도 다물지 못한다
주변에 마지막 먹고 버렸을
깨지고 금 간 그릇과
패한 씨름군처럼 넘어진 병들
파리들이 땀자국을 핥아준다
이슬이 아직 맺혀있는
높이 자란 이름 모를 풀 속
넓은 무대에서 풀벌레들이
노래하며 장기자랑 한다
덩굴풀 뒤집어쓴 과일나무
제 씨앗을 품고 과일들은
다 어디로 굴러가고 없을가
시간이 멈춰서서 바라볼 것이다
억새의 일기
모두가 왜 우리를
로인네라고 하는지
억울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뿌리 깊은 단속도 잊은 채
다져야 할 가슴도 비우고
억 소리 나게 춤을 췄다
진땅 마른땅 가릴 새 없이
머리 세는 줄도 모르고
억─ 수로 수근거렸다
억 소리 나게 추운 날
오지랖 넓게 펼쳐
외로운 새들을 품어주었다
살아가는 세상
오늘을 억세게 살아야
새로운 래일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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