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의 하늘은 흐려있다
아직은 비가 오지 않는다
하늘만 낮게 가라앉아있다
청명 앞에서 나는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빛바랜 채 서있다
흐르는 기억만
뼈속으로 스며든다
기둥처럼 든든했던 아빠의 등과
부처 같은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워지는 시간
살아계실 때 못다한 효도
뼈아픈 후회로
비처럼 쏟아진다
살아계실 때 더 잘할 걸
하고 싶은 말 별처럼 많아
저 하늘 우러러
목메여 아빠 엄마를
불러본다
대답 대신 비소리로
돌아오는 메아리
저 비는 누구의 눈물인가
밖에선 비가 오고
내 안에도 비가 내린다
태줄을 풀며
저 부푸는 봄의 가슴
초록 들판 달리는 나의 꿈
파란 실빛 하늘을 날아
몸 뒤트는 풀밭에 뉘인다
휙휙 초록향기 실은
바람의 리듬에
만병초 복수초 자귀풀 냉이
흔들리며 깨여난다
봇나무 개암나무 느릅나무
헉헉 거친 숨으로
태줄을 풀어
푸른 피줄 세운다
초록향이 흐른다
사몽~사몽인 듯
꿈처럼 피여오르는
봄날의 환희
문득 귀를 치는 첫 천둥소리
나는 어느새
빈센트 반 고흐의
숨결 담은
록색 붓을 휘둘러
이 봄의 꿈 우에
별빛 물감을 흩뿌린다
4월의 축복
4월이 온다
숨찬 호흡으로
겨울이 남기고 간
텅 빈 들판의 주소로
연두빛 소포가
줄줄이 도착한다
쑥 냉이 달래 미나리
배시시 눈을 뜨고
제각각 이름 불린다
배내저고리 입은 개나리
서둘러 노란 기발 흔들고
잠에서 깬 진달래
빨갛게 달아올라
산허리에 불을 지핀다
얼음 풀린 강은 화답하듯
출렁출렁 삼바춤 춘다
내 안에 봄을 부르는
4월의 축복
가슴 뛰는 연두빛 감탄이여
종이비행기 같은
작은 희망들이 내리는
내 령혼의 뜰에는
록색의 꿈이 살랑대고
민들레 사철 푸르다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