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주인공》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덕분에 한동안 잠잠했던 ‘무형문화유산+영상콘텐츠’라는 창작모식이 다시금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규격화된 씨나리오와 정교한 의상, 분장, 소품 시스템, 데이터 기반의 홍보만 받쳐준다면 경극, 곤극 같은 전통예술도 얼마든지 대량 생산하여 흥행작으로 복제해낼 수 있을 것처럼 자신한다.
하지만 화제성의 장막을 걷어내고 보면 《주인공》의 독보적인 흥행은 결코 산업화된 조립식 라인의 승리가 아니다. 오히려 업계에 통용되던 ‘흥행공식’과 표준화된 창작론리를 과감히 거부한 결과이다. 이 작품은 묵직한 창작실천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시대적 가치를 남기는 문예작품은 결코 규격화된 공업제품처럼 찍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특히 무형문화유산을 다룬 영상콘텐츠의 진짜 핵심은 표준화될 수 없는 창작자의 장인정신과 그 내면에 깃든 감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최근 몇년간 무형문화유산의 영상화 열풍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고유한 토속 문화적 색채를 무기로 다양한 전통문화들이 영상제작의 단골소재가 되였다. 그러나 겉만 화려한 열풍 속에서 상당수 작품은 동질화, 피상화라는 함정에 빠졌다. 무형문화유산을 그저 시대극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표면적인 포장재나 소모품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주인공》은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인 ‘진창(秦腔)’의 핵심 매력을 조명했다. 대를 이어 내려온 예술인들의 굳은살 박힌 공력, 예술적 초심에 대한 고집 그리고 시대와 삶에 뿌리내린 생명력을 있는 그대로 화면에 담아냈다. 특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진창의 ‘취화(吹火)’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이나 대역배우 없이 주연배우가 8개월간 독하게 다듬어낸 실제 촬영의 결과물이다. 경극계의 가장 사실적인 생태를 복원하고 극적 흐름에 딱 맞는 빛과 그림자를 포착하기 위해 제작진은 속전속결식의 상업적 촬영리듬을 버렸다. 디테일을 다듬고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수개월을 보낸 것이다.
《주인공》의 대성공 이후 업계는 너도나도 묻기 시작했다. 무형유산콘텐츠의 ‘대박 비밀번호’는 무엇이며 제2의 《주인공》을 복제해낼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대답은 단호하게 ‘아니다’이다. 진짜 명작은 대량 복제가 불가능하다. 탄탄한 원작 문학에 뿌리를 두고 시대적 깊이를 파고들며 인문학적 핵심을 지켜낸 필연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원작자 진언의 원작에는 반세기에 걸친 시대적 변천의 묵직한 무게감과 평생 “무대가 곧 하늘”이라는 신념을 지키며 살아온 광대들의 정신적 신앙이 새겨져있다. 세월을 뛰여넘는 이 집착과 순수함은 그 어떤 조립식 창작이나 데이터 기반의 계산법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이는 무형문화유산의 영상화 창작이 지닌 본질을 관통한다. 영상화 작업은 결국 기획된 인쇄물처럼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 뿐인 ‘필사본’을 만들어가듯 장인정신으로 깊게 갈아엎는 문예창작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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