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을 잡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
푸른 옷 지어 입고
푸른 검 뽑아 들고
삶의 터전을 가꾸는
저 푸른 령혼들
폭우가 내리거나 말거나
어둠이 깃들거나 말거나
항시 주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진실하고 억센 삶의 노래를 부른다
삼동의 추위에 눈을 감았다가도
실바람 한오리에 눈을 뜨는
푸른 생명의 노래
록색신앙으로 하늘을 받들고
록색신념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무궁한 푸른 사랑의 노래
풀빛의 노래는
번개가 쳐도 풀빛이요
천둥이 울어도 풀빛이다
흙을 떠난 적 없는
푸른 물결의 설레임 속에
풀빛 리듬이 너울거린다
꽃이사 많지만
이 꽃 저 꽃
꽃이사 많지만
연변의 꽃이사 그래도
참꽃이라고 부르는
진달래가 으뜸이지
가슴에 이 땅의 애환을 품어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꽃
가녀림 속에 굴강함이 돋보이는
자강 자립의 꽃인데야
꽃샘바람 앞에서
기를 죽이지 아니하는 오돌참이
소스라치게 터치는 꽃망울에
사나이 가슴 울렁이게 하는
연분홍 속삭임이 있어
사랑스러워라
봄이 오는 길목에
뜨거운 노을로 타번지는
나의 어여쁜 녀인이여!
*‘꽃이사’는 ‘꽃이야’의 방언임
우리의 5월
정향꽃 내음에 오월이 피면
청자빛 하늘의 파아란 이마에서
동트는 새날의 금노을이 불타고
머리에 황금의 왕관을 쓴
존귀하신 녀왕님의 품속에서
평화의 비둘기가 날아오른다
산내들의 가슴에 스며드는
사랑으로 부푼 푸른 입김에
출렁이는 생명의 물결을 보아라
꽃바람의 손을 잡은 수양버들도
풀어헤친 기인 머리채를 날리며
제멋에 흥겨워 춤추고 있거늘…
실크로드의 길
꿈을 싣고
비단을 싣고
사막을 주름잡는 길
뚜벅뚜벅
서역을 찾아가는
실크로드의 길
노오란 비단필로
모래바람 붙잡고
울리는 방울소리
아픈 다리를 끌고
오아시스 찾아가는
천년사막의 길
가시풀 소소초를 물고
한입 가득 피를 씹으며
오늘도 가는 락타의 길
*소소초-일명 경단초라고 하는 사막의 유일한 가시풀. 먹을 때 가시 때문에 입안에 피가 고임
그런 물로 살고지고
옛 성인이 이르기를
인생을 물처럼 살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물로 살 수 있을가
산곡간을 흐르는 옥계수에
동구 밖을 흐르는 실개울에
도래굽을 감도는 여울물에
풍진에 찌든 한몸을 담그면
물처럼 살 수 있을가
유연하면서 강한 외유내강의 물
칼로 베여도 베여지지 않는 물
바위에 부딪쳐 육신이 으깨져도
금방 다시 살아나는 물
머리를 숙이고
자세를 낮추고
곁눈 한번 팔지 않고
낮은 데를 향해 자기를 던지고
내처 주어진 길을 달리는 물
그런 물이 되고지고
그런 물로 살고지고
늘 푸른 천수보살
천길 벼랑 끝에 뿌리를 박고
칼바람 눈보라에도 꺾이지 아니하는
저 도고하게 푸른 소나무를 보아라
한여름의 땡볕에도
한겨울의 혹한에도
낯색 한번 변함이 없이
퇴색을 모르는 천개의 손으로
세상을 어루만지는 저 푸른 소나무
시련 많은 삶을 탓함이 없이
대천세계의 중생들과 더불어
추위와 더위를 같이하고
슬픔과 기쁨을 같이하며
천고의 하늘을 우러러
젊음의 푸른 기상 떨치는
늘 푸른 소나무
소나무야말로
살아있는 푸른 보살
사철 푸른 천수보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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