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시 ‘왕훙벽’ C입구로부터 지하상가에 내려가면 여러 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가운데 ‘국내 첫번째 무형문화유산 무성 음식점∙진구야대사우육면(陈九爷大师牛肉面)’이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띤다.
11일 점심, 때맞춰 몰려드는 인파를 헤치며 기자는 남달리 조용하지만 온정이 넘치는 분위기에 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여느 음식점처럼 입구에서부터 “어서 오세요.”, “무얼 드시겠습니까?”라며 열정적으로 손님을 부르는 직원이 보이지 않아 사방을 둘러보니 금세 그 리유를 알 수 있었다. 이 가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 언어 및 청력에 장애가 있기 때문이였다.

자리를 정하고 앉으니 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양생차와 함께 녀성 손님에게는 장미꽃 한송이를, 남성 손님에게는 응원의 글귀가 적힌 카드 한장을 건넸다. 음식을 주문하기도 전에 받은 작은 선물에 마음이 훈훈했다.
주문은 테블에 붙은 QR코드를 스캔해 스스로 할 수 있고 벨을 누르면 직원의 손목시계가 진동하면서 호출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직원들은 핸드폰이나 테블릿, 메모지에 글을 적으며 손님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눈다.
가게는 9대째 전해지며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기예중 하나라는 ‘란주우육면(兰州牛肉面)’을 메인 메뉴로 하며 기타 면 료리와 몇가지 연변 특색 음식들도 주문이 가능하다. 아늑한 분위기는 홀로 식사하기에도 적합하고 여러명이 식사할 수 있는 비교적 큰 테블도 마련되여있다.

가게 한켠에 있는 ‘애심벽’에는 손님들이 남긴 메모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메모지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면 한그릇 값을 대신 지불하고 무료 쿠폰을‘애심벽’에 붙여두는 식으로 ‘면 한그릇 남기기’ 활동에 참여한 고객들의 따스함이 고스란히 묻어있을 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손 글씨로 적은 직원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도 가득하다.

가게에서 홀 서빙을 맡고 있는 최선녀(33세)는 “이 일은 저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오래동안 저락되여있던 자신감을 키워줬다.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서 한동안 집에만 머물며 의기소침했는데 친구가 이 가게를 소개했다. 면접을 통과하고 근무를 시작했는데 손님들이 감사의 미소를 지을 때마다 보람을 느끼며 타인과의 교류에도 자신감이 생겼다. 장애가 있다고 차별하지 말고 료리와 봉사로 우리를 평가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주방 일을 책임지는 주유(40세)는 2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이다. “주방 일은 처음이라 많이 서툴렀지만 사장 내외가 인내심을 가지고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여러번 가르쳤다. 착실히 일해 아이의 학비도 장만하고 나이가 들면 이곳저곳 관광을 다닐 비용도 마련하고 싶다.”며 미래에 대한 타산을 밝혔다.
가게 주인인 태경호(1984년생), 김설매(1987년생) 부부는 장춘사범대학 선후배 사이에서 부부의 연을 맺은 뒤 10여년간 다양한 사업을 해왔으며 올해 6월 고향인 연길시에 이 가게를 차렸다.
태경호는 “지인의 소개로 이 브랜드를 알게 되였다. 창업으로 수익을 내면서 장애인에게 일터도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에 감동을 받아 연길시에 가맹점을 차리게 되였다. 현재 이 가게에는 총 5명의 장애인이 근무하는데 주방에 3명, 홀에 2명이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장 부부에 따르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김설매는 “성격이 급하거나 미처 가게 정황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은 직원을 몇번 불러도 대답이 없으면 짜증을 낸다. 하지만 대부분 손님들은 사정을 설명하면 밝은 미소로 오해를 풀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긴다.”고 얘기했다. 태경호는 “약 3개월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손님들이 남긴 메시지들을 보면서 큰 힘을 얻는다. 공무원시험에서 락방한 후 홀로 가게를 찾은 한 녀성 손님은 장미꽃과 응원카드를 받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상해에서 온 한 관광객은 장애인 직원이 자립자강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용돈 100원을 내놓기도 했다. 몇몇 소학생은 면을 먹고 가면서 ‘누님들, 앞으로 자주 들르겠습니다.’는 메시지를 남겨 직원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며 인상 깊은 이야기들을 전했다.
그는 또 “장애인 고용을 세금 감면이나 낮은 임금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애심벽’에 남겨진 응원과 격려의 글들은 가게를 계속할 수 있는 데 큰 동력이 되였다. 교류는 굳이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이곳은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만큼 연변 특색의 메뉴들을 개발하는 등 가게 운영에 힘쓰며 이 가게를 동북지역의 ‘모범가게’로 꾸리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여느 가게처럼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오히려 큰 ‘울림’을 받는 것은 말 대신 건넨 꽃 한송이, 메모지에 적힌 진심, 어려운 이를 위해 남긴 면 한그릇에서 오는 듯싶다.
글·사진 김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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