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를 데리러 가는 절차도, 결혼식 차량행렬도, 사회자도 없었다. 지어 신부 화장과 촬영을 맡은 사람도 없었으며 둘러리조차 세우지 않았다.
지난 9월, 절강성 녕파시의 한 ‘95후’ 신혼부부가 치른 이색적인 결혼식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네가지가 없는 결혼식’으로 불린 이 결혼식은 여러 매체에 소개되며 새로운 결혼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결혼식에서 유일하게 진행된 의식은 신부 아버지가 단상에 올라 41초간 짧게 축사를 한 것 뿐이였다. “맛있게 드시고 즐겁게 보내십시오.”라는 인사말이 끝나자 연회가 곧바로 시작되였다. 현장의 전광판에는 “저희 결혼식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이 부족하면 옆자리에서 더 드셔도 됩니다. 별도의 의식은 없으니 모두 모였으면 식사부터 하겠습니다.”라는 소박하고 친근한 글귀가 적혀 눈길을 끌었다.
“젊은이들이 직장문화를 바꾸더니 이제는 결혼식문화까지 바꾸는구나!”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은 1.4만여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복잡한 의식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내향적인 사람만이 이런 간소한 결혼식이 얼마나 편한지 알 것”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번거로운 절차와 체면치레를 과감히 내려놓은 이 결혼식은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딸을 시집보낼 때는 지방 풍습에 따라 성대한 잔치를 치르는 것이 관례입니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렇게 할 생각이였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생각이 다릅니다. 부부가 상해에서 일하면서 바쁜 일상과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만큼 두 사람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고 신부의 아버지는 말했다.
절강성 녕파시 은주구 함상진 구동촌 출신의 신부와 절강성 태주시 출신의 신랑은 모두 상해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9월 12일 신랑의 고향인 태주에서 먼저 결혼식을 열었으며 9월 26일에는 신부의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연회를 마련했다. 두차례 모두 신부를 맞이하는 행렬이나 무대공연 등 전통적인 결혼식 절차를 생략하고 손님들이 모이면 곧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마을 문화례당을 연회장소로 정한 데는 신혼부부의 뜻 뿐만 아니라 집안 어르신들의 바람도 담겨있었다. 신부의 아버지는 “어르신들은 후손의 결혼을 직접 축하하고 친척들과 한자리에 모이기를 바라셨습니다. 또 나이가 많은 친척들은 멀리 이동하기 어려울 수 있어 집 가까이에서 잔치를 열면 안전하고 편리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은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를 바랐고 젊은이들은 복잡한 의식에 시간과 힘을 쏟고 싶지 않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조화시킨 비결에 대해 신부의 아버지는 “어르신들의 뜻도 존중하고 젊은이들의 의견도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로 한발씩 양보하고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린 덕분에 두 세대 모두 만족하는 결혼식이 마련되였다.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른다고 정성까지 부족한 것은 아니였다. 이번 결혼식이 화제가 되면서 간소한 절차가 손님을 소홀히 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신부의 아버지는 결혼식에는 정해진 답이 없으며 다양한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고 정성을 다한다면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러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결혼식은 결혼식 장식과 차량행렬, 촬영 등에 쓰려던 비용으로 음식의 품질을 높이고 손님들에게 보답하는 데 돌렸다. 형식은 줄이되 정성은 더한 셈이다.
연회는 한상당 2000원씩 하는 정성이 깃든 상차림으로 마련했다. 신부의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료리사가 음식을 맡았으며 킹크랩과 해삼, 전복 등 푸짐한 음식이 차례로 올랐다. 겉모양을 꾸미는 데 치중하기보다 음식의 품질과 넉넉한 량에 신경을 썼다.
현지에서는 결혼식에 참석한 손님들에게 담배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지만 신혼부부는 이를 현금봉투로 대신했다. 참석한 손님들에게 한명당 200원씩 전달하고 축의금을 낸 친척과 친구들에게는 100원씩 더 보탰다. 아울러 함께 온 어린이들에게는 500원씩 훙보를 주었다.
거동이 불편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마을의 어르신들도 잊지 않았다. “양로원에 계시거나 거동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한 어르신들에게는 직접 찾아가 결혼식 사탕과 훙보를 전달했습니다.”고 신부의 아버지는 덧붙였다.
함상진의 한 사업일군은 “이번 결혼식은 결혼을 둘러싼 지나친 비교와 체면치레를 버리고 검소한 결혼문화를 실천한 사례입니다. 현지에서는 각 마을의 문화례당을 활용해 주민들이 편리하게 연회를 열 수 있도록 하고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르는 내용을 촌 규약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관련 홍보활동도 꾸준히 펼쳐 주민들이 검소하고 문명한 결혼문화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끌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신부의 아버지는 “외지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고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자녀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필요할 때 힘이 되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고 말했다.
성대한 결혼식은 한순간이지만 부부가 앞으로 함께 꾸려갈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결혼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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