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우의 철학□ 현청화

2026-11-06 09:15:20

주말에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연길의 샤브샤브 식당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족히 산처럼 쌓인 음식의 량이였다. 고기는 접시 우에 수북이 담겨있었고 남새 바구니는 거의 세수대야만 했다. 랭장 진렬대에도 각종 재료가 빈틈없이 놓여있었다. 일정한 금액만 내면 무엇이든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뷔페식이였다. 음식의 배치부터가 절대 모자라게 먹지는 말라는 북방의 후한 인심을 말하는 듯했다.

북방의 택시 기사들이 낯선 승객에게 자신의 가족사를 아낌없이 들려주듯, 이곳의 식탁도 손님 앞에서 먼저 경계를 풀고 있었다. 말이 음식으로 바뀌였을 뿐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비슷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눈치를 주는 사람이 없었고 키가 큰 어린이라고 해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유난히 키가 큰 딸아이가 18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신분증을 꺼내 보일 필요도 없었다.

얼마 전 광주에서 비슷한 형식의 샤브샤브 가게를 찾았을 때는 풍경이 완전히 달랐다. 탁자마다 개인용 남비가 놓여있었고 그 앞에서 회전초밥집처럼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갔다. 고기와 남새는 작은 접시에 정갈하게 담겨있었으며 접시의 모양과 색갈마다 가격이 달랐다. 손님은 원하는 접시의 음식을 골라 먹고 마지막에 쌓인 접시의 수와 종류에 따라 음식값을 계산했다. 포장된 물티슈에도 가격표가 붙어있었고 무료 밑반찬이라곤 무를 듬성듬성 썰어넣은 물김치 뿐이였다.

광주의 식당에 처음 갔을 때는 차나 물티슈 같은 사소한 것까지 돈을 받는다는 사실이 조금 야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곳의 원칙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내가 선택한 만큼 소비하고 소비한 만큼 지불하는 것이다. 무엇이 무료이고 유료인지 내가 어떤 서비스를 리용했는지가 령수증에 투명하게 나타났다. 북방의 식탁이 풍족함으로 손님을 안심시킨다면 남방의 식탁은 치밀한 셈법으로 손님의 선택을 존중하는 듯했다.

물론 이런 몇몇 경험만으로 남방과 북방의 음식문화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남방에도 푸짐하게 음식을 내는 식당이 있고 북방에도 작은 접시에 정교하게 담아내는 곳이 있다. 음식의 종류와 식당의 가격대, 도시의 소비방식에 따라서도 차이는 생긴다. 그럼에도 두 지역의 식탁에서 자주 마주치는 풍경은 손님을 대접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북방의 음식문화에는 ‘부족하지 않게’라는 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고기와 남새는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고 짠지와 밑반찬은 모자라기가 무섭게 다시 채워진다. 북방의 음식은 단순한 등가교환의 대상이 아니다. 손님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곧 환대이고 음식을 푸짐하게 내놓는 것이 가게의 성의이다.

그러나 이 마음껏이라는 배려에는 랑비라는 그림자도 따른다. 일정한 금액을 냈으니 본전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량보다 더 많은 음식을 가져오게 된다. 접시에 고기를 몇겹씩 쌓고 남새도 바구니가 넘치도록 담는다. 눈으로 판단한 허기는 배가 느끼는 포만감보다 언제나 크다. 식사가 끝날 무렵이면 익히지도 않은 고기와 시들어가는 남새가 식탁 우에 수북이 남는다. 손님을 부족하지 않게 먹이려던 넉넉함이 본전을 찾으려는 욕심과 만나 음식물 쓰레기로 바뀌는 것이다.

반면 남방의 접시별 계산 방식은 이런 랑비를 어느 정도 줄여준다. 접시마다 가격이 정해져있으니 손님은 먹을 량을 생각하며 재료를 고르게 된다. 모자라면 한접시를 더 가져오면 되고 배가 부르면 그 자리에서 멈추면 된다. 작은 접시에 조금씩 담긴 음식은 여러 재료를 골고루 맛보게 하면서도 과도한 선택을 억제한다. 자신이 먹고 싶은 만큼 고르고 고른 만큼 비용을 책임지는 소비구조이다.

하지만 이 방식에도 아쉬움은 있다. 접시가 쌓일 때마다 금액도 함께 올라가는 식탁에서는 마음속 계산기가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음식을 먹는 동안에도 접시의 모양을 확인하고 차 한잔과 물티슈 한장의 가격까지 헤아리게 된다. 랑비는 줄어들지만 누군가를 초대할 경우엔 더 먹어도 괜찮다고 권하는 넉넉한 마음은 줄어들 수 있다. 모든 서비스의 가격이 투명해지는 만큼 환대마저 하나의 상품처럼 환산될 때가 있는 것이다.

무료 밑반찬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어느 날 나는 연길의 한 식당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만일 손님이 요리는 주문하지 않고 밑반찬만 먹고 가면 어떻게 해요?”

아주머니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손님은 없어요.”

짧은 대답이였지만 그 안에는 손님을 믿는 방식이 담겨있었다. 가게가 먼저 인심을 베풀면 손님도 그 호의를 함부로 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무료 밑반찬은 단순히 돈을 받지 않는 음식이 아니라 가게의 인심과 손님의 체면이 서로를 지탱하는 암묵적인 약속이였다. 주인은 정을 내놓고 손님은 그 정을 악용하지 않음으로써 서로의 례의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이 언제나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인터넷에서 남방의 한 유명 샤브샤브 체인점과 관련된 사연을 본 적이 있다. 한 손님이 정식 메뉴는 거의 주문하지 않은 채 무료 코너의 소고기 알갱이와 죽, 계란찜, 과일, 밑반찬만 먹고 갔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매장은 무료로 제공하던 소고기를 배식대에서 치웠다고 한다. 비슷한 일은 다른 곳에서도 반복된다. 에어컨 바람만 쐬러 오는 손님을 막기 위해 랭방을 약하게 조절하거나, 화장실만 리용하는 사람들을 차단하기 위해 휴지를 치우는 식이다. 한 사람의 무임승차가 결국 모두의 편의를 없애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만 이런 사례를 두고 북방 사람은 체면을 지키지만 남방 사람은 계산적이라고 단순하게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어느 지역에나 호의를 지키는 사람이 있고 공짜의 허점을 리용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두 지역의 서비스가 기대는 안전장치가 다를 뿐이다. 북방의 무료 밑반찬이 손님의 체면과 량심이라는 신뢰에 기대고 있다면 남방의 유료 서비스는 명확한 규칙과 가격으로 악용의 여지를 줄인다.

그렇다고 북방의 체면이 언제나 절제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무료 밑반찬만 먹고 가는 행동은 부끄럽게 여기면서도 뷔페에서 본전을 찾겠다며 먹을 수 있는 량보다 많이 담아 남기는 일에는 비교적 관대하다. 공짜만 탐내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돈을 내고도 충분히 먹지 못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북방과 남방중 어느 쪽의 식문화가 더 옳은 것일가. 아마 질문의 방향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음식의 량이나 무료 서비스의 유무가 아니라 각각의 방식이 어떤 관계를 전제하고 어떤 책임을 요구하는가에 있다.

북방의 뷔페식 샤브샤브는 일시적인 공동체를 만든다. 같은 식탁에 앉은 순간 손님은 잠시나마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음식은 넉넉하고 반찬은 덤으로 따라오며 아주머니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부족한 것이 없는지 살핀다. 그 온기를 오래 유지하려면 손님도 먹을 만큼만 가져오는 절제를 보여야 한다. 반대로 남방의 회전식 샤브샤브는 개인의 선택과 계약을 전제로 한다. 손님은 자신이 고른 만큼 소비하고 소비한 만큼 지불한다. 이 방식이 차거운 거래로만 남지 않으려면 정확한 계산 속에도 사람을 대하는 친절과 여유가 필요하다.

결국 좋은 식문화는 인심과 셈법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연길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며 나는 다시 아주머니의 말을 떠올렸다.

“그런 손님은 없어요.”

그 믿음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면 손님도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무료인 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대신 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밑반찬 한접시에는 식당의 비용과 수고가 들어있고 뷔페에 남겨진 고기 한점에도 그것을 생산하고 운반하고 조리한 사람들의 시간이 들어있다. 인심은 공짜일 수 있어도 음식까지 아무런 대가 없이 식탁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북방의 식탁은 내게 마음껏 먹으라고 말했고 남방의 식탁은 먹은 만큼 책임지라고 가르쳤다. 이제 나는 그 두 문장 사이에서 세번째 원칙을 생각한다. 먹을 만큼만 가져오고 가져온 만큼은 끝까지 소중히 먹는 것. 북방의 산 같은 인심과 남방의 정밀한 셈법 사이에서, 어쩌면 그것이 바로 내가 마주하고 싶은 가장 정직한 한접시일 것이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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