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녀자(외 3수)□ 신계옥

2026-11-06 09:15:20

아직은 꽃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바람 부는 언덕에서도

사랑을 기억하는

목화꽃이고 싶다


젖은 이슬에 방긋이 웃으면

목화꽃향기 쏟아지는 녀인이라

불러주면 좋겠다


앞만 보며 달려온 길 우에

수많은 풀꽃향기가 가슴을 적셔온다

남겨놓은 것 하나 없이

가을 언덕까지 숨가삐 달려왔다


아직 뚜렷하게 남긴 것 없고

남길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시들어가는 육체의 슬픔

말하고 싶지 않은 중년이다


아, 목화! 목화!

몽실몽실 솜털 같은

목화꽃으로 피여나리라


화양년화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슬퍼할 것도 없고

이미 지나버렸다고

슬퍼할 것도 없다


어제는 오늘에 닿아있고

난 너로, 넌 우리로

이어져있으며

삶은 언제나

강물처럼 흐르고 있고

꽃은 언제든 피여날 준비가

되여있으니까


70억년의 지구에는

70억송이

화양년화가 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화양년화가 피고 있는 것이다


꽃처럼 어여쁜 순간들로

숨찬 바람개비 돌리며

여기까지 견디여왔다


가을 편지


깊어가는 가을엔 편지를 쓰리다

내 마음의 일기장에

눈 감은 락엽의 숨소리와

그리고 텅 빈 곤충껍데기에 대하여

한장의 편지를 쓰리다


거칠어진 목소리 한숨짓는 이마에

장송곡인 듯 내리는 가을비와

먹다 남긴 빵쪼각처럼

한장의 편지를 쓰리다


나는 긴 편지를 쓰고 싶어

잠도, 밤도 모두 잊는다


밤의 눈동자가

시간을 헤아리고 있는 동안

암흑 속에서 령혼의 눈길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으리다


알몸이 되여가는 나무의 겸손 앞에서

이 가슴 적시며 시를 쓰리다


가을이 풍문처럼 지나갈 때

바람은 락엽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백지처럼 흰 눈이 오면

뽀드득뽀드득

나의 존재를 알리는 눈길을 걸으며

내 편지를 소리내여 읽으리라


나의 길


세상 모든 걸 다 할 수 없는 나

그러나 무언가는 할 수 있다

그 무언가를 실천하는 것이

나의 길이다


한계를 뛰여넘어

물처럼 껴안고 지나가자

느린 달팽이가 되여도 괜찮다

간절히 꿈꾸던 길이 아니던가


구름따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진달래 피고 오솔길 지나고

바람이 일고 까치가 우는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가야 할

숲으로 가는 길


락엽이 떨어져 날리는 길

뒹굴면서 수없이 짓밟히는 길

쌓여서 천천히 부서지는 길

흙으로 다가서는

내 꿈은 ‘락엽귀근’의 길…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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