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은 전염된다 □ 김은희

2024-02-08 08:22:51

《불편한 편의점》은 가슴 따뜻하게 힐링 되는 장편소설이다. 골목 모퉁이의 작은 가게, 서울역 로숙인이였던 정체불명의 야간 알바가 지키는 곳,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봄날의 ‘편의점’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한국의 김호연이 쓴 이 작품은 청파동 골목에 자리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내고 있다.

서울역에서 로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녀성의 지갑을 주어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던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에서는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 독특한 개성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서로 티격태격하며 별난 관계를 형성해간다.

학교에서 력사를 가르치다가 정년퇴직해 매사에 교원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녀사를 비롯해 20대 취직준비생 알바 시현, 파트타임 업무를 맡고 있는 오선숙, 날마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 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경만이, 마지막 집필을 위해 청파동에 잠시 머무는 희곡작가 인경, 사업실패를 밥먹 듯하며 염녀사의 속을 끓이는 아들 민식이,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씨, 그리고 독고가 로숙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렇게 모두가 공통적으로 어눌한 말투에 바보스럽기만 한 독고의 도움을 받으며 다들 희망을 얻고 꿈을 찾아간다.

제각기 인생의 무게와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독고를 관찰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대립, 충돌과 반전, 리해와 공감은 자주 폭소를 자아내고 어느 순간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게 한다. 그렇게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하기 그지 없는 곳이였다가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사람들이 기피하고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인물의 변신과 반전, 아이러니한 상황 전개는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주변에 편의점이 하나 둘 생기면서 경쟁에서 밀리자 편의점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 불편한 상황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 로숙자이던 독고라는 사내가 들어온 후 편의점에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독고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염녀사로 하여금 독고를 쫓아내고 편의점을 팔게 하려던 민식은 그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엄마와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고, 지친 상태로 대학로를 떠나와 마지막 글쓰기에 매달리는 희곡작가 인경은 다시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되찾는다…

주변 사람들의 말못할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소설 속의 독고의 마음과 행동은 참 따뜻하기 만하다. 어쩌면 이곳 편의점은 손님이든 직원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과 령감을 주는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소설은 7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편의점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독고의 모습을 비춘다. 편의점 일에 숙달될수록 독고는 기억을 조금씩 되찾는다. 분명한 것은 그가 편의점에서 두 계절을 보내면서 다시 살아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불편한데도 자꾸 끌리는 이상한 편의점 이야기는 독자에게 유쾌한 웃음과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이 작품의 매력은 가독성이다. 중간중간 피씩 웃게 만드는 묘사와 술술 읽히는 문장들, 갸우뚱해지는 책 제목부터 여기저기에서 온갖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읽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고 한달음에 읽게 된다. 무엇보다 독고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결국 한 도움은 또다른 도움으로 이어지는 매 하나의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짠해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온기가 있는 불편한 편의점, 따뜻함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다른 사람을 향한 작은 관심과 선행이 큰 행복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소극장에서 연극을 한부 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인정미가 흐르는 간단하지만 강한 이야기감이 있다. 책 속의 모든 음식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야외 식탁 옆의 온풍기가 휙휙 불고 있다. 때때로 서툴고 친절한 야간 점원의 인사소리가 울린다… 한장면 한장면 넘길 때마다 편의점의 모습이 머리속에 환히 그려진다.

립체적인 캐릭터 묘사와 흡입력이 일품인 작품, 내가 했던 고민들을 소설 속의 인물들이 하나하나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또 치유하게 된다.

“사는 건 불편한 거야.”

염녀사의 말을 곱씹어본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웬지 모르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편의점, 늘 사람들의 정으로 가득찬 사랑방 같은 곳, 어쩌면 이 편의점은 등장인물들의 휴식처이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충전소 같은 곳이다.

“울다 웃다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편의 좋은 이야기, 좋은 책은 이렇게 쉽게 우리와 공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책에서 읽은 것은 이 인물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만화, 소설을 넘나드는 이야기군 작가 김호연, 그는 일상적인 현실을 위트 있게 잘 풀어내면서 살맛 나는 세상을 보여준다. 전 년령대의 폭넓은 공감을 얻으며 《불편한 편의점》의 열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따라 구수한 옥수수수염차가 땡긴다. 이 책 그리고 내 곁의 소중한 분들과 함께 한겨울 추위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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