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의 어느 여름밤 (외 2수)□ 박계옥

2024-07-12 07:08:10

해님이 뜨겁게 뜨겁게

땅을 지지며

강물을 들이켜던 그해 여름


백양나무 그늘 밑에서

백구가 기다란 혀를 빼들고

헐떡거렸다


뻐꾹뻐꾹 뻐꾸기가

쉴 새 없이 무더위를 삼켜버리면

풀벌레들 신명 나서 풀숲 누비고


귀가하는 농부들 발걸음 소리에

뭇꽃들 지쳐 잠들던 그날 밤

나와 그 아이, 눈이 백촉이 되여


하나, 둘, 셋…

할아버지 무릎 우에 내리는

별들을 세고 있었다


쑥 태우는 모닥불 옆에서

굶주린 모기떼들 호시탐탐


두만강이 쓴 이야기


문둥이가 산다는

수수밭에서 감부지 따먹던

도깨비 이야기가 아니다


하얗게 꽃피는 감자밭에서

능쟁이 풀 뜯으며

감자열매 따먹던 아린 이야기다


흰 두루마기 입고

긴 팔소매 날리며

동으로 동으로 흐르는 두만강


꼬리섬 모래밭에서 메싹 캐여

달달한 시루떡 만들어 먹던

우리 할매 할배의 버들꽃 이야기


마를 줄 모르는 샘

칠백리 강기슭에 또박또박 써놓았다

흰 두루마기, 기발처럼 여울친다


시래기국


내가 제일 잘하는 건

시래기국이다

시래기를 데워서

썩썩 썰어서

된장을 넣고 끓이면 된다고?


아서라

그게 다 모르는 소리

나는 시래기국을 끓이는 법을

60년 동안이나 익혔다

시래기를 데우는 데도 학문이 있다


하물며 시래기를 썰어서 볶고

된장도 알맞게 넣고

양념도 빠뜨리지 말아야 함에랴

거기다가 엄마의 손맛 한스푼

내 정성 두스푼 넣어주면


그래야 제맛인 시래기국

다섯살 때부터 길든 그 입맛

오늘 아침에도

시래기국 그릇엔 딸각딸각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 분주하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