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펼쳐지는 시장의 평범한 순간들이야말로 한 도시의 기억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연길서시장은 지역명물로 거듭나면서 관광객들마다 한번씩은 꼭 들려보는 필수코스로 되였다. 일찍 지난 세기 30년대에 초형을 갖춘 연길서시장은 변화와 발전을 거쳐 오늘의 모습을 완성했다. 수십년을 우리와 함께 해온 서시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두는 추억의 창고이기도 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 서시장의 따뜻한 생활상을 담은 풍경이 한 예술가와 그의 학생들에 의해 특별한 예술로 승화되였다.
'서시장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김욱.
18일부터 연변대학 미술학원 미술관 소형 전시청에서 ‘서시장 프로젝트’ 회보 전시가 펼쳐졌다.
연변대학 미술학원 김욱이 석사연구생 3명과 본과생 2명을 이끌어 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작품들은 수채화풍의 디지털 삽화로, 연길서시장에서 포착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 속에 담긴 따뜻함과 진정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연길이 왕훙도시로 부상하면서 관광 홍보용 문화창작상품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오고 있는 와중에 김욱은 우리의 특색을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가 고민했다.
“한복, 먹거리, ‘연길’이라고 새겨진 문자로고 등도 있겠지만 현지인들의 진실한 생활상이 가장 특색이 아닐가 생각했습니다”
김욱은 “서시장이 지역명물로 부상한 기회를 다잡고 서시장과 관련된 문화창작상품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시장 및 지역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연길서시장은 도시의 현대화 속에서도 여전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김욱과 그의 학생들은 이 공간을 단순히 이미지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흐르는 정서와 사람들간의 따뜻한 련결고리를 작품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이들은 매일매일 펼쳐지는 시장의 평범한 순간들이야말로 한 도시의 기억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팀은 매일 서시장에서 사람들의 표정, 동작, 대화를 관찰, 기록하면서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특색 있는 장면들을 포착해냈다. 상인이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구려를 부르는 상인의 모습,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모습… 매대를 사이두고 펼쳐지는 작은 삶의 연극들이 한폭 또 한폭의 작품으로 박제되였다.
‘서시장 프로젝트’ 시리즈 작품들을 제작하는 과정에 김욱과 학생들은 사람 냄새 짙은 감동도 덤으로 얻었다. 이들은 완성된 작품을 작은 우편엽서로 제작해 주인공들에게 선물했는데 서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십여년간 함께 해온 한 상인은 자신의 모습을 엽서로 확인하고는 이윽토록 격하게 솟아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했다.
“반대로 어떤 분은 내가 건네는 엽서를 전단지로 오해하고 끝까지 눈길 한번 안주고 거절했습니다.”
불문곡직 밀막던 그 상인은 문득 엽서에 담긴 녀성이 안해임을 발견하고 그제야 오해를 풀고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서시장 프로젝트’는 단순한 예술적 시도를 뛰여넘어 사람들에게 서시장 문화를 각인시키고 싶었습니다. 시장통 풍경 너머로,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삶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전통시장이 가진 따스한 정과 기억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이번의 전시회로 끝나지 않고 1년에 한번씩 개최할 예정이며 문화창작상품으로도 제작, 판매될 예정이다.
“지난해 우리 나라 문화창작상품 시장규모는 163.8억딸라에 달했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다양한 문화창작상품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관광지마다 가보면 다 비슷해서 선뜻 구매하게 안됩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개성 있는 상품으로 차별화를 둔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 책임감을 갖고 더 고심할 것입니다. 래년에는 더 좋은 작품을 갖고 찾아오겠습니다.”
글·사진 리련화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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