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식물이 내 정원에 자라고 있는데 이거 혹시 멸망의 징조 아니야?”
한국의 소설가 김초엽이 쓴 《지구 끝의 온실》은 그의 첫 장편소설로 지구를 뒤덮은 먼지 속에서 식물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속에서 피여나는 사랑과 희망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총 세개의 장으로 구성되여있다. 1장 ‘모스바나’에서 독자를 기다리는 인물은 2129년 먼지생태연구쎈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식물생태학자 아영이다. 그는 느리지만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식물들 그리고 그 안에 깃든 놀라운 생명력과 기묘한 이야기에 매료되여 이 일을 시작하게 된다.
어느 날, 아영은 페허도시 해월에서 덩굴식물 모스바나가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증식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알 수 없는 푸른빛까지 목격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어린시절 이웃에 살던 로인 희수의 정원에서 본 풍경을 떠올린다. 방치된 듯 잡초가 무성한 한밤의 정원, 그 우에 마법처럼 떠있던 푸른빛들을 대체 왜 갑자기 모스바나가 이상하게 증식하기 시작한 걸가. 그리고 푸른빛의 정체는 무엇일가? 그는 모스바나를 채집해 분석하는 한편 ‘기이한 이야기’를 통해 이 식물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을 수소문한다. 마침내 먼지시대에 모스바나를 약초로 활용하면서 사람들에게 ‘랑가노의 마녀들’로 불리운 아마라, 나오미 자매에게 닿게 된다. 아영은 그들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반드시 들으려고 한다.
2장 ‘프림 블리지’에서 독자가 만나는 인물은 2058년 먼지로 멸망해버린 세계를 헤매는 아이 나오미다. 붉은 안개와 함께 찾아오는 먼지는 살아있는 존재라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죽게 만든다. 먼지에 내성을 가진 탓에 피를 원하는 사냥군들에게 쫓기고 실험대상이 되여 고통을 받아온 나오미는 언니인 아마라와 함께 소문 속의 도피처를 찾아 숲으로 향한다.
마침내 자매는 비와 바람을 고스란히 맞고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프림 블리지에 도착한다. 이곳은 거창한 리념이나 명분 없이 그저 사람들의 충실한 로동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리더인 지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언덕 우의 온실 속에서 사는 식물학자 레이첼이 건네는 작물들과 먼지 분해제가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있었다. 나오미는 믿을 수 없이 생기로운 숲속의 마을에 점차 스며든다.
하지만 평화란 영원할 수 없는 법, 프림 빌리지에 침략자들이 나타나고 지수는 마을 사람들에게 준비해둔 식물들을 나누어주며 멀리 떠나라고 이야기한다.
막장 ‘지구 끝의 온실’에서 독자들은 아영을 다시 만난다. 세계가 재건된 이후를 살아가는 아영은 멸망의 시대 한복판을 지나온 나오미의 증언을 들으며 이제껏 머리속에 따로 존재해왔던 수많은 퍼즐들이 하나의 온전한 그림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품고 있는 것을 말하자면 수없이 많다. 순수한 탐구심으로 쓸모 없어 보이는 대상에 열과 성을 다하는 과학자들, 세대를 달리하는 인물들이 존중과 존경으로 함께 나누는 대화,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은 식물들의 모습, 예상하지 못했던 애틋한 사랑이야기…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향하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바로 우리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우리가 어떤 마음들 때문에 어긋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구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초반에는 다소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안겨온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감정을 포착하고 이를 구상화하여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전개에 몰입하게 된다. 과학환상을 소재로 하지만 작가가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그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약소해보이는 식물이 세상을 재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설정도 너무 특별하고 로맨틱하다.
재난 속에서 인간의 사랑과 식물의 가치를 성찰하게 하는 희망의 소설, 이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