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민들레와인》은 환상문학의 거장인 미국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가 쓴 작품이다. 상상의 도시 ‘그린타운’을 배경으로 한 작가의 반자전적 소설로 실제경험과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소년시절을 재창조했다.
소설은 12세 소년 더글라스를 주인공으로 하며 1928년 여름에 할아버지와 함께 민들레와인을 빚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풋나무사과, 부드럽게 깎인 잔디밭, 새 운동화와 함께 시작한 그해 여름은 소년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 경이로운 시작은 거대한 숲 가운데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민들레와인을 만드는 동안 곳곳에서 마법 같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행복의 그늘 뒤로 슬픔을 쏟아내는 행복기계, 9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프리라이 대령의 기억 타임머신, 거대한 협곡 속 정체불명의 외로운 남자 등 13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소년의 투명한 시선으로 펼쳐진다.
이 책은 한 소년이 자연 속에서 살아있음을 자각하는 단편 그리고 민들레와인을 빚으며 시간을 박제하는 마치 사진으로 추억을 기록하는 단편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어릴 때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돈이 없을 때 가계부를 쓰고 시간이 없을 때 시간표를 짜는 것처럼 우리는 성장하며 언젠가 찾아올 죽음에 대해 자각하고 그 전에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 책은 그런 순간으로 시작된다.
행복기계 에피소드는 소박하다. 캡슐 안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이국의 경치를 보여주고 잔잔한 음악을 들려주는 정도이다. 소박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잠간의 감각적 행복은 상실에 대한 불안과 고통을 가져온다는 것을 잘 보여주며 가족애를 추구하는 것으로 잔잔하게 끝나는 이야기이다.
베틀리 부인 이야기는 다소 잔혹하지만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하는 이야기이다. 과거는 나를 정의하지만 이미 지나간 사건일 뿐 과거에 대한 집착은 상실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 소설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민들레와인은 삶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하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묘사가 인상적이다.
더글라스의 내면 혹은 그의 주변 여러 이야기의 편린을 모아놓은 이 작품의 일관된 주제는 민들레와인의 병 속에 담아둔 여름, 살아져가는 시간,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주인공이 겪은 소년시절의 마지막 여름날이 자리잡고 있다. 그에게 이 여름은 새 운동화의 상쾌함,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이불털기의 즐거움, 민들레와인을 만드는 날의 충만함,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들로 열리는 싱그러움을 의미한다. 그에게는 살아있는 그 자체가 축복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모든 것은 사라져가는 순간이기도 하다. 가장 절친한 친구와의 리별은 이러한 사라짐의 원형이며 주인공 자신이 반복적으로 되돌아가는 깊은 상처이기도 하다. 사라짐에 대한 주인공의 애도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반복된다. 사라져간 순간을 현재 속에 되살리는 헬렌, 추억이 과거임을 받아들이고 사라짐을 인정하는 벤틀리 부인 등을 바라보는 그의 투명한 시선은 노란 메모지첩 속에 자신만의 지혜를 담게 한다.
기쁨과 상실이 교차되는 찬란한 여름날, 소년이 겪는 상처와 성장은 과거의 시간을 포착할 뿐만 아니라 더욱더 생생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살려낸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 자체보다 더 충만해진 과거의 순간이며 겨울에 마시는 ‘민들레와인’처럼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기억의 지점인 찬란한 여름날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브래드버리는 산문시를 읽는 듯한 특유의 서정적인 스타일로 판타지문학계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이룩한 작가이다. 《민들레와인》은 첫 출간 당시 전미 언론의 주목을 받은 화제작으로 1971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우주선이 표면의 분화구중 하나를 이 소설의 제목을 따 ‘민들레분화구’라고 이름 지었을 정도로 굉장한 유명세를 떨쳤다. 그 후 이 소설은 열광적인 호응을 받으며 다양한 판본으로 거듭 재간되였다. 영화와 라지오극 등으로 꾸준히 각색되여 여전히 독자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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