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의 축구꿈나무들이즐겁게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

2023-07-21 08:43:39

지난 13일 연변아이디어박스(灵感盒子)교육자문봉사쎈터가 연길에서 펼친 ‘WHO’ 공익 특강쇼에 원 연변부덕팀에서 뛰였던 한국의 하태균 선수가 게스트로 나서며 연변팬들과 만났다. 14일, 하태균 선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몇년 만에 연변에 오게 됐나? 감회가 어떠한지?

2017년 연변FC를 떠난 후 이듬해인 2018년에 한번 2박 3일로 연변에 놀러 왔었다. 그땐 개인적으로 와서 동료선수들만 만났으니 대부분 팬들도 몰랐을 것이다.

연변에 다시 온 지 5년 만인 것 같다. 하지만 오랜만에 와도 너무 익숙하고 친숙한 분위기이다. 5년이라는 공백이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단 1주일 만에 다시 연변을 찾은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졌다.


◆선수생활 은퇴 후 어떻게 지냈나? 축구인생 2막 계획은?

2020년에 정식으로 은퇴를 했다. 현역시절 모든걸 포기하고 축구에만 집중하다 보니 은퇴 후 3년에서 5년 정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지난해 11월 결혼도 했고 현재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사실 중학교 때부터 항상 합숙을 하며 가족들과 지낸 시간이 매우 적었다. 때문에 최근에는 안해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현재 개인적으로 지도자 공부를 비롯해 여러가지 사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 제2의 인생도 준비과정이 없이 섣불리 도전해버리면 실수와 실패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혹시 내가 금후 축구 지도자를 하게 되더라도 유소년이든 성인선수든 확실히 내가 케어해주고 지도해줄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때 정식으로 도전할 것 같다.


◆연변유소년선수들을 위한 공익 특강쇼 제의를 수락한 계기는?

박태하 감독 시절부터 연변FC와 인연이 있던 한국의 류청 기자님의 련락을 받았다. 연변에서 유소년선수들을 위한 공익 특강쇼를 펼칠 예정인데 참가할 수가 있는지 물었다.

내가 큰 사랑을 받았던 연변이고 언젠가는 연변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 연변의 축구꿈나무들을 위해 조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니 일단 망설임없이 동의했다. 막상 대답을 하고 나니 걱정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축구선수이지 강사가 아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걱정도 많이 됐지만 일단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을 최대한 잘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관련 자료들을 모아 한달간 준비했다. 막상 현장에 와서 보니 이렇게 큰 규모로 하는지도 몰랐다. 어린 꿈나무들과 학부모들에게 내가 6번의 수술을 극복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프로선수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노력과 프로선수 생활의 노하우를 담은 ‘나의 축구이야기’를 들려줬고 많은 분들께서 경청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연변FC 시절 그리고 당시 이적 과정은 어떠했는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예선 때 당시 한국 국가팀 코치로 계셨던 박태하 감독님과 처음 만났고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박태하 감독님이 연변에 오시면서 2015년 1월에 저의 에이전트를 통해 련락이 왔었다. 당시 내가 수원과 계약이 있는 상황이여서 잠시 6개월 만이라도 임대로 연변FC에서 활약하기로 했다.

절반 시즌을 치르고 나니 연변축구 열기가 완전히 떴고 또 성적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팀에서 나를 좋게 봐주셨고 감독님도 구단과 상의해 완전 이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완전 이적 추진이 어렵지 않았는지?

당연히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엔 수원에서 완전 이적은 안된다고 통지했다. 당시 수원도 한국리그에서 쉽지 않은 상태였고 특히 공격수가 필요한 상황이여서 일단 내가 팀에 복귀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당시 연변FC가 갑급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고 나 역시 팀내 득점 1위를 하는 상황에서 내가 빠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변에 계속해 남고 싶었다. 수원에 나의 생각을 전달했고 결국엔 수원에서도 선수 개인 립장을 존중하기로 했다. 연변구단에서 나의 이적을 위해 나름 대로 많은 돈을 썼고 수원도 나의 생각을 중요시해 완전 이적이 성사된 것 같다.


◆2015년 갑급리그 우승을 예상했나?

축구선수들이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잘해도 좋은 팀이 없으면 우승의 영광을 누리지 못한다. 내가 프로선수로 뛰였던 13년 동안 우승을 해봤다는 건 선수로서 축복받은 일이다.

사실 연변팀이 전해 진짜 힘든 상황에서 갑급리그에 올라왔고 또 절대 우승 후보팀도 아니였다. 감독님도 항상 바로 앞에 있는 한경기 한경기를 잘 치르자고 주문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너무 잘되고 있더라. 연변팀에 완전 이적하고 8월쯤부터 이렇게 한경기 한경기 잘하다 보면 어쩜 년말에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우린 생각대로 정말로 우승을 거뒀다. 모든 과정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그 성과가 너무 값지고 행운스럽게 생각된다.


◆갑급리그 최고 득점수로서 많은 대구단들 이적 요청이 있은 걸로 아는데 연변에 남게 된 리유는?

여러 구단들에서 에이전트를 통해 련락이 온 것은 사실이다. 제시한 조건도 더 좋았고. 하지만 당시 감독님이 강경하게 내가 팀에 남기를 원했고 나 위주로 많이 얘기를 해줬다. 2016년 슈퍼리그에 출전하기 위해 내가 필요하다고 말씀했다.

개인적으로도 연변팀과 팬들이 너무 좋았고 이미 갑급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만큼 슈퍼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만 보고 떠나는 것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에 남아 함께 도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한 동안 컨디션 부재와 꼴 침묵으로 힘들어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1부리그와 2부리그 자체 수준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2016년 다시 시작된 부상이다. 나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부상이 유별히 많았다. 항상 경기를 뛰고 부상을 당하면 어쩌지하는 근심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2015년 갑급리그 우승 당시 아픈 적이 거의 없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한 한해를 보냈는데 2016년이 되니 몸에 피로 루적이 쌓이며 초반에 발목과 인대 부상으로 한국에 재활 치료를 받으러 한달 정도 갔다.

동계훈련 때 다 만들어놓은 피지컬이 한달 쉬면서 완전히 떨어졌고 재활을 마치고 팀에 합류하니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다시 몸을 만들기에는 시간적으로 맞지 않았고 경기력을 올리지 못한 채 차차 후보로 밀렸던 것 같다. 감독님도 경기력이 오르지 못한 나를 계속해 선발로 출전시키기에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시즌 마지막 쯤 석가장팀전에서 꼴을 터뜨리며 울컥했다. 2016년 몸이 아프지 않았더라면 연변팀에 더욱 큰 도움을 줬을건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2018년 연변팀 해체 소식을 듣고 어떤 심정이였는지?

당시 선수들에게서 연변팀 해체 소식을 전해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2015년 당시 연변선수들이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이뤄내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연변팀에 있으면서 연변축구는 축구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나의 프로선수 경력상 팬들이 팀을 위해 이렇게 뭉치는 건 진짜 본적이 없다. 매번 가득 메웠던 홈장은 물론 원정경기를 가도 홈팀보다 더 많은 팬들이 응원하러 와주실 때가 많았다. 이런 자체가 연변에서 프로팀이 없어져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만들었다.


◆선수생활 은퇴 과정이 궁금하다.

2007년도에 내가 한국 프로리그에서 신인상을 받은 후 무릎 부상으로 큰 수술을 했다. 그때 이미 은퇴 선고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이 상황으로 운동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땐 나이가 어렸고 나는 꼭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독하게 버텼다.

그런데 2018년에 수술했던 무릎을 또 한번 수술했다. 의사 선생님이 나중에 무릎에 보조장치를 하고 걸어야 될 가능성이 있다며 더이상 축구를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재활 기간만 1년 6개월이였다. 사실상 2018년에 이미 은퇴를 했어야 됐다. 하지만 그때도 내가 너무 축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경기장에 올라 득점을 이뤄냈을 때 그 설레임, 그리고 팬들의 함성 소리가 너무 그리웠다. 마지막으로 단 1경기만이라도 그라운드에 오르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했고 강릉시청 감독님이 나의 상황을 충분히 료해하고도 고맙게 불러주셔서 재활후 2020년에 몇경기를 더 뛰였다.

2020년을 마치고 35살인 내가 정상적인 축구선수로서도 은퇴 나이인데 이 무릎으로는 더이상 힘들고 또 팀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서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6년 만에 다시 갑급리그 무대에 선 연변팀에 하고 싶은 말은?

연변은 나에게 너무나 특별했던 곳이다. 한국에 있으면서 위챗을 통해 연변팀 소식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김봉길 감독님이 이끌고 있는 연변팀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는 것 같다. 항상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2015년 그때의 붐을 다시 한번 일으켜 연변팬들에게 또 한번 행복감을 안겨드렸으면 좋겠다. 연변축구가 계속해 승승장구하기를 두 손 모아 바란다.


◆연변의 어린 꿈나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려서부터 눈에 띄는 관심과 주목이 쏟아지는 선수보다는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견지하는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축구에서 즐기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축구를 통해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연변의 꿈나무들이 무엇보다 즐겁게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

  글·사진 리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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