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와 어둠의 교차 □ 신연희

2023-07-12 14:37:27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1979년 군조 신인 문학상을 받으면서 데뷔한 하루키는 1987년 발간된 《상실의 시대》가 4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붐이 일어나게 되였다. 그의 작품들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였으며 2010년 이후로는 해마다 노벨 문학상의 수상 후보로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 나라 출판업계에서도 주요 출판사의 통계상 21세기 들어 가장 인지도 높은 일본 작가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이번 《댄스 댄스 댄스》는 제목 그대로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춤추며 돌아가듯 숨 가쁜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을 엮어낸 소설이다. 이 소설 역시 《상실의 시대》나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쉬지 않고 일사천리로 써나가 3개월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머리 속에 먼저 소설이 구상되여 있고 펜을 쥔 손은 그저 그 머리속의 이야기를 기록해 나가는 것처럼 움직였다는 것이다.

《댄스 댄스 댄스》가 《상실의 시대》에 이어 또다시 대히트작으로 부상한 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인터뷰에서 “나는 무척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대로 써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소설은 1988년에 출간됐다. 소설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음악, 춤, 사랑 그리고 죽음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의 주인공은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 30대의 남자 ‘나’이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삶을 잃고 자기의 꿈을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양사나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양사나이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기의 꿈을 포기했다. 하지만 양사나이는 ‘나’와는 달리 자기의 삶을 재건해나가고 있다.

‘나’와 양사나이는 함께 음악을 하고 춤을 추고 사랑을 한다. 그들은 서로를 통해 자기의 삶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여기에서 잠간, 하루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음악의 리드미컬함에서 글쓰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루키의 잡문집에서도 나와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1960년대 이후 음악들을 많이 알수 있었다. 음악이 언급될 때마다 찾아서 들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고 몰입이 가능했다. 주인공들도 이 음악을 들었을거라는 느낌에 특별함이 더해졌다. 특히 소설 상권 초반에 언급된 노래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드나드는 상황이라 노래가 더 잘 어울렸다.

이 소설은 하루키의 세계관이 가장 쉽고 친절하게 설명되여 있는 소설이다. 하루키 특유의 자아찾기와 동시에 하루키가 추구하는 세상과 현재의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표현되여 있다.

“한바퀴 돌아 어디로 돌아왔어요?”

“현실로.”하고 ‘나’는 말했다.

이렇게 고독하지만 그 고독에 덤덤한 주인공은 세상을 살아가며 별문제 없었지만 결국 인생은 흔들리는 스텝처럼 음악을 따라 춤을 추는거야 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이 소설을 리해하기 위한 열쇠가 있다.

첫번째는 ‘춤’이다.

더 델스의 곡명이 이 소설의 제목이다. 이 작품 속에는 무려 170여 곡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하루키는 양사나이의 입을 빌려 뭔가와 련결되기 위해서는 계속 춤을 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춤이란 주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현실의 세계를 살아나가는 것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순간 ‘나’는 그간 춤추고 있던 파트너가 녀자가 아닌 자신의 그림자 였을 뿐임을 깨닫게 된다. 그 그림자와의 춤이란 사회복귀를 했다지만 여전히 페쇄된 삶 속에서 관념의 춤을 추어왔던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걸 깨닫고 ‘나’는 환상에서 벗어나 진정 가슴 떨리는 삶을 찾아간다.

두번째는 ‘양사나이’이다.

《양을 쫓는 모험》에서 처음 만났던 양사나이는 이 책에서는 돌핀 호텔의 유령처럼 등장한다. 양사나이는 그의 정체를 묻는 ‘나’에게 자기의 역할은 련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양사나이는 오래도록 페쇄상황 속에 있던 ‘나’를 다시 불러내여 새로운 현실세계로 삶의 터전을 옮기도록 충고하고 인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암시를 제대로 리해하지 못한 채 어둡고 위험한 운명의 미로를 스쳐 지난다. 그리고 그 모든 삶과 죽음과 사랑을 받아들이고 마지막에 다시 양사나이를 찾아갔을 때 그는 ‘나’에게 이제 살아가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섯구의 백골’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섯구의 백골과 ‘나’와의 만남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가? 이 소설속에서 여섯구의 백골은 차례로 죽거나 살해되는 ‘나’와 련관된 인물들이다. 그것이 누구든 하루키는 이 책을 구상했을 때 지난 시대로부터 현실로 귀환하는 데는 뭔가 ‘죽음’의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2017년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하루키의 오래만의 신작인 《거리와 불확실한 벽》이 발간된다. 신작은 하루키가 1980년 문예지에 발표했으나 책으로는 발간되지 않은 중편소설을 전체적으로 고쳐 쓴 것이다. 하루키는 이 중편소설이 당시 출간되지 않았던 리유에 대해 “잘 씌여지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루키는 지난 2020년 봄부터 코로나 기간 3년 동안 신작을 집필했다. 그는 “슬슬 다시 한번 그것을 고쳐 써도 되지 않을가 하고 서랍 안에서 꺼내는 느낌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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