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진실□ 리련화

2023-02-24 09:26:12

부모 세대부터 쭉 기업을 운영해온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땐 후광이 번쩍였다. 그녀를 알기 썩 전부터 그 집안의 재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그녀를 알게 된 건 한참 후였다.

재력에 비해 그녀는 늘 소박하게 입고 다녔다. 매일 공장과 가게 사이를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시간에 쫓기면서도 가끔씩 한두시간씩은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시간을 빼기도 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바쁘다가도 커피숍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은 힐링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뜻하지 않게 시가로 몇만원씩 하는 명품가방을 들고 왔다. 검은색 가죽의 윤택이 유난히 번쩍거렸다. 아무리 쟈크를 잠그지 않고 그 벌어진 사이로 서류뭉치며 물병들이 삐죽삐죽 나와서 정신 사납기는 했지만 명품로고의 무게가 유난히 진중하게 안겨왔다.

친구들은 대뜸 사람보다 가방에 정신을 뺏겨 “가격은 얼마야? 이거 한 2만원은 할텐데.” “요즘 코로나사태라서 려행을 나갔던 것도 아닌데 어디서 샀어?”하며 이리 보고 저리 만지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그녀가 피씩 웃더니 “그거 가짜야.”라고 하는 게 아닌가.

“에이, 설마.”

“진짜야. 친구가 가방가게를 시작했다고 해서 하나 사줬어. 로고를 보고 산 건 아니고, 이게 큼직하고 든든해보여서 골랐어. 천원도 안 해.”

다시 보니 박음새가 엉성했고 금속부품도 어딘가 허술해보였다.

글쎄 평소에 겉치레에 전혀 신경쓰지 않던 친구가 갑자기 명품백을 들고 나타나니 어딘가 습관이 안되긴 했지만 이렇게 대바람에 가짜라고 말하니 오히려 그녀가 더욱 멋져보였다.

왜 그렇지 않은가.

원래 사치품이란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능 이상의 수준을 가진 고급 상품으로, 생활필수품과는 달리 시장가격보다 높게 거래되며 그것을 사는 사람들도 가치 이상의 가격을 감안하고 사는 물건이다.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물건, 그 이상의 것은 원래 고소득자를 겨냥한 것이지만, 우리 평범한 사람들도 사치품을 갖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한다.

그녀는 충분히 명품백을 살 재력이 되는 데도 그런데 신경쓰지 않고, 몇번은 우리 아이가 쓰던 학용품이나 옷 같은 것을 딸아이에게 물려입히겠다고 골라가기도 했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쓸 줄 아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시중에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제는 너무 흔해서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분별이 안 가지만, 가짜를 들어도 진짜처럼 보일 수 있은 것은 그녀에게 겉치레로 표현되는 가치가 아닌, 내재적 능력이 안받침되였기 때문이다.

당당한 그녀의 모습은 언제 한번 온라인으로 꽤 비싼 가방을 샀다가 아무리 봐도 가짜인 것 같아서 물려버린 나의 모습과 얼마나 대비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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