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는 려정 □ 김은희

2023-10-19 08:32:21

로씨야 대문호 레브 똘스또이를 말하자면, 우리는 항상 그의 《전쟁과 평화》, 《부활》 등 작품을 떠올리지만 그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짧지만 세련된 작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명한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일찍 이 작품을 이렇게 평가했다. “나는 방금 이 작품을 다 읽었기 때문에 똘스또이가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였다.”

“나의 창작 모두가 무의미하고 10권의 작품 전체가 한푼의 가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파쌍도 이 소설에 높은 찬사를 주었다.

소설은 다소 싱겁게 시작한다. 제목 대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알려주면서 그의 주변인들을 돌아본다. 1장은 추모식으로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깊고 절절하게 애도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고 현실적인 속내를 적라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소설 첫 부분에 일반 일리치의 부고가 나왔을 때 주변인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대표적으로 그의 부인은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장례식에 온 손님에게 방법을 묻기도 한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그는 관청에서 자신의 일생을 허송세월한다. 그의 일생은 오르막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가 불치병에 걸렸을 때 동료들의 겉치레와 그에 대한 가족들의 짜증은 그를 인생의 밑바닥에 빠뜨린다.

2장부터 이반 일리치라는 인물의 일생이 시간순서로 서술된다. 유능한 판사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지만 부자집 안해와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리치는 더욱 자신의 일에 매달리며 집중했다. 그의 인생은 위기도 있었지만 누구나가 인정하는 삶이다. 그러나 그는 성공의 정점에서 어느 날 불치병에 걸리고 만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 죽음으로 나아간다. 허나 그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상황을 혼란스러워한다.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 아무 것도 없다는 건가? 내가 없어진다면 나는 어디에 있게 되는 거지? 정말 죽는 걸가? 안돼, 싫어.”

“죽음은 어디에 있지? 무슨 죽음? 두려움은 이제 없었다. 죽음이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던 자리에 빛이 있었다. 죽음은 끝났어. 더 이상 죽음은 없어.”…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감정이나 주변 상황을 묘사하는데 자세하고 현실적이라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자신이 살아왔던 삶에 후회하고 절망하면서 사람관계에 대해서도 불쌍한 마음을 갖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죽는 순간에 가서는 그렇게 모든 것이 용서가 되고 받아들이게 되는 걸가?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어 포기하는 것은 아닐가.

소설에서 이반의 죽음은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다. 그는 고통이 클수록 더욱 분노하고 광인이 되여 마음속으로 웨치군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하며 타인을 원망하기 바쁘다. 불안과 분노, 혹시나 하는 희망, 다시 절망하며 이반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겨워한다. 하지만 림종 직전, 주인공은 가족을 안스럽고 불쌍하게 생각하며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바란다.

사람으로 태여났으면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고 산다. 똘스또이는 이 작품을 통해 일리치의 죽기 직전의 모습, 죽음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을 적라라하게 보여주며 죽음에 대한 전반적인 통찰을 이야기한다. 과연 ‘죽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다른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등등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가 겪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세밀하고 직설적으로 묘사한다. 소설의 내용은 죽음 그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죽음에 진정으로 반응하는 법,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새로 깨여나고 성장하는 부분이다.

죽음에 대한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한없이 무거운 주제이지만 대문호 똘스또이의 문학적 상상력을 거치니 죽음의 과정이 한편의 희극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는 결국 누구나 죽기 때문에 소설 속 이야기 같은 그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때로는 의연하게 대처하기도 하지만 슬픔에 함께 울기도 한다. 이 작품은 고전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깊고 그윽한 감동과 깨달음을 주면서 마음을 울린다.

일리치의 평범한 일생을 다룬 이 소설에서 우리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나마 자기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반 일리치, 안타깝게도 그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오롯이 내 삶에 집중해서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나의 끝을 알 수 있다면 지금처럼 살아갈가? 혹시 죽는다면 나의 주변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가? 품위 있는 삶보다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똘스또이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죽음이라기보다 현재를 사는 지금의 삶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아마 문득문득 생각하고 싶은 그런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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