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열과 행복이 빛나는 자리에… □ 김은희

2024-08-08 07:58:26

“나는 나를 창조하기로 결심했다. 그 선택으로 나의 반쪽이 사라졌다.”

미국 작가 브릿 베넷이 쓴 《사라진 반쪽》은 피부색이 밝은 흑인으로 태여나 한명은 흑인의 삶을, 다른 한명은 백인의 삶을 살아가는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의 중심에는 쌍둥이 자매 스텔라와 데지레가 있다.

미국 남부의 유색인 마을 맬러드, 지도상에는 표기조차 되지 않는 작고 조용한 마을의 특별한 점은 주인들이 모두 백인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밝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이 처음 생길 때부터 이곳 주민들의 목표는 자신보다 더 밝은 피부색의 아이들을 낳는 것이였다. 그러니 십여년 전 맬러드에서 도망쳤던 쌍둥이 자매중 하나인 데지레가 블루블랙 빛갈의 검은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 마을이 발칵 뒤집힌 건 당연한 일이였다.


정말 저 애가 데지레의 딸이 맞나?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쌍둥이의 삶에는 실로 많은 일이 일어났고 또 일어날 것이였지만 그 시작은 물론 맬러드였다.

쌍둥이 자매 데지레와 스텔라는 이 기묘한 마을에서 ‘거의 젖지 않은 모래색’ 피부를 가지고 태여난다. 그러나 평생 마을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맬러드 주민들과 달리 데지레와 스텔라는 늘 더 큰 도시에서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급기야 자매가 열여섯살이 되자, 백인들의 핍박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힘겹게 생계를 꾸리던 어머니는 딸들에게 이제 학교를 그만두고 부유한 백인의 집에서 청소일을 하라고 ‘지시’한다. 이곳에서의 삶을 견딜 수 없게 된 자매는 곧 자신들의 오랜 꿈을 실행에 옮긴다.

“타운에서 달아날 수는 있지만 피줄에서 달아날 수는 없다. 하지만 빈스네 쌍둥이는 어째서인지 자신들이 그 두가지를 모두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마을 축제가 열린 밤, 그들은 고향에서 몰래 도망쳐 난생처음 대도시로 향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였던 쌍둥이의 인생은 스텔라가 어느 회사의 마케팅부 비서 자리에 ‘백인’으로 취직하면서부터 엇갈리기 시작한다. 스텔라는 직장에서 백인을 연기하고 점차 스텔라가 아닌 ‘미스 빈스’로서의 삶에 익숙해진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완전히 다른 삶, 더 안전하고 친절한 세계를 맛본 스텔라는 결국 자신의 반쪽을 잘라내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난다. 희열과 행복이 빛나는 자리에 언제나 불안과 공포의 그림자로 드리우는 세상으로…

그리고 영영 평행선을 달릴 것 같던 자매의 삶은 20년 만에 서로의 딸을 통해 운명적으로 교차하게 된다.

데지레가 흑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주드는 검은 피부로 인해 밝은 피부만을 선호하는 맬러드에서 철저히 배척당한다. 반면 스텔라가 백인 남편과 낳은 새하얀 피부의 딸 케네디는 자신에게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다시말해 데지레와 스텔라, 주드와 케네디가 맬러드라는 가상의 장소, 즉 상징적인 고향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든 아니든 태여날 때부터 주어지는 사회적 현실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고향을 떠날 수는 있어도 고향의 존재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물들은 새로운 장소에서 스스로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창조는 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수정하거나 지워내고 그 우에서 재창조하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재창조는 반드시 흔적과 상실을 남긴다. 그것은 때로 자신의 반쪽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여러 세대에 걸친 녀성들의 이야기로 시야를 넓힌다. 특히 밝은 피부색으로 인해 백인의 삶과 흑인의 삶을 ‘선택’할 수 있었으나 두 삶이 공존할 수는 없었기에 서로를 잃어야 했던 쌍둥이 자매의 엇갈린 운명은, 인종을 포함한 사회적 정체성의 구분이 과연 유의미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또한 주인공 자매의 어머니로부터 시작해 자매의 딸 세대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제각기 다른 시대적 상황에 놓인 녀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의 크고 작은 어려움에 대처해나간다. 그들은 때로 서로를 완전히 리해하지는 못하지만 결국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바뀌고 사라져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서, 그리움으로서, 서로의 존재를 지탱하는 단단한 버팀목이 된다.

《사라진 반쪽》은 깊이 있는 인물묘사와 감동적인 이야기 형식으로 사회문제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인종, 성별 등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수많은 ‘경계’들과 경계 너머로 나아가는 일의 전복성과 위험성, 그 과정에서 겪는 상실과 좌절, 그럼에도 정해진 틀 너머에서 스스로 선택한 모습으로 살아가고저 하는 강렬한 욕망을 촘촘하고 력동적인 서사와 탁월하게 형상화된 인물들 속에 담아내며, 시의적이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브릿 베넷은 강렬하고 풍부한 서사와 섬세한 필력으로 인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설가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그의 두번째 장편소설 《사라진 반쪽》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전미도서상 후보와 녀성소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160만부 이상 판매되였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천도서로 선택하며 《뉴욕 타임스》는 ‘2020년 최고의 책 10선’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崔美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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