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창 아르헨띠나 무료 급식소에 젊은이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은퇴 년금으로 생계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으나 정권이 바뀐 후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2주 전부터 무료 급식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무료 급식자들과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식사하던 말끔한 복장의 70대 로인은 사진 촬영은 하지 말라고 부탁하면서 “내가 무료 급식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부끄러워했다.
아르헨띠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산층 거주지역인 카바지토. 일요일인 25일(현지시간) 아직 오전 11시도 안되였는 데도 3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료 급식을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담당자인 레오나르도(46세)는 무료 급식은 12시 반부터 시작하고 금방 끝나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서 오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곳에서 무료 급식을 시작한 지는 1년이 넘었다. 우리는 다 이 동네 이웃들이고 지난해에 10명이 자원봉사로 시작해서 일요일마다 70명에게 무료 급식을 시작했는데 이제 자원봉사자는 25명에 이르고 한번에 200여인분을 준비하게 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이곳을 선정한 리유는 이 지역처럼 잘사는 지역에도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00% 이웃들의 도움으로 운영이 되며 경제위기가 깊어져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원봉사자중 한명인 파트리시아(60세, 심리상담가)는 “이들 대부분이 로숙자이며 일부는 오래전부터 로숙 생활을 한 구조적 빈곤층이다. 하지만 요새는 은퇴자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늘었다. 이들은 중산층이였지만 높은 물가와 불경기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씁쓸해했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이였는데 옷차림이나 짐을 봐서는 80% 정도는 거리 생활을 하는 로숙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나머지는 생활비가 부족한 젊은이들과 로인들이였다.
20대로 보이는 동양인 녀성은 1년 전부터 일자리를 잃었다고 하면서 시내에서 방을 얻어 4명이 같이 사는데 여러 무료 급식소를 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와 사진 촬영에 흔쾌히 응한 카를로스(74세)는 “난 은퇴자로 최저 년금을 받는데 이걸로 월세, 공과금, 식비를 해결할 수가 없어서 여전히 각종 잡일을 하고 있고 또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경제적 도움도 줘야 한다.”면서 “돈이 되는 일은 다 해도 물가가 너무 올라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일주일에 3번은 무료 급식소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띠나는 세계 3대 곡창지대인 팜파스를 갖고 있다. 최근 유니세프는 국민의 10배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는 아르헨띠나에서 밤마다 100만명의 어린이가 저녁을 먹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고 있으며 450만명의 성인이 경제적 리유로 하루 한끼는 건너뛰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 아르헨띠나 국립통계청은 올해 1.4분기 어린이 빈곤률이 69.7%로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월에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급진적인 재정 개혁을 단행했고 중앙부처 축소, 공공사업 중단, 지방자치제 자금 이전 중단 등을 통해 마침내 16년 만의 재정 흑자를 이뤘다. 하지만 그 리면에는 물가 인상보다 낮은 은퇴자 년금 인상, 무료 급식소 식량 지원 중단 등의 과격한 조치도 포함되여있어 국민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커졌다. 또 급진적 긴축 개혁은 소비(-16.1%), 산업생산(-20.1%) 그리고 설비투자(-23.4%) 하락까지 불러오고 있어 에너지, 농업, 광업 및 수산 부문을 제외하고는 모든 생산 분야가 추락하고 있다. 전기료금 10배, 가스료금 6배, 수도료금 5배 등 공과금은 급등했는데 급여 구매력은 아직 회복되지 않아 대부분의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년말까지 뚜렷한 경제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기 침체로 인한 지지자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를 것이며 이는 지지률 하락으로 이어져 국정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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