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기도 책읽기도 좋고 려행하기도 좋은 가을은 그야말로 축제의 계절이다."

◆《산수》
이는 사람과 자동차, 시대가 서로 얽히고 설킨 이야기이다. 이렇게 말하면 간단한 요약처럼 보이지만 그 내포된 의미는 소설의 주인공 로승종이 항상 미래를 알 수 없는 길을 달리는 것처럼 굴곡적이고 풍부하다. 중국의 작가 로내가 쓴 소설 《산수》에서 인생의 처지는 산과 물처럼 무상하면서도 또한 영원하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현대문명의 상징인 자동차가 작은 마을에 이르러 죽음과 함께 한다. 로승종의 아버지 역시 자동차에 치여 갑자기 돌아간다. 이후 그의 인생은 모두 죽음과 동반한다. 여기에서 소설의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소설은 1936년의 한 마을에서부터 항일전쟁, 해방전쟁, 조선전쟁, 개혁개방에로 쭉 이어진다. 반세기 동안의 풍운과 변화는 한 평범한 개인의 운명과 긴밀하게 련결되여있으며 인생과 인성의 색채도 필연적으로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는 바탕색을 지니게 된다.

◆《바람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
80세가 넘은 나이임에도 칠레의 작가 이사벨 알렌데는 여전히 글을 쓴다. 그는 가장 능숙한 판타지 현실주의수법으로 폭력이 인간의 기억과 신분에 대한 파괴를 쓰고 있다. 이 소설에서 그는 시공간을 뛰여넘는 복잡한 ‘그림’을 구성하며 1938년에 윈의 ‘수정의 밤’과 2018년 미국 남부 변경의 아동분리정책을 나란히 다루고 있다. 그녀가 파헤친 이 기억의 턴넬 속에서 인간이 폭력과 분산에 대한 반응은 시공간의 변화에 의해 달라지는 게 아니다. 력사의 강풍 속에서 약자의 중얼중얼 낮은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소설에서 알렌데가 그린 바람은 삶을 파괴하는 폭풍우일 뿐만 아니라 기억의 매개체이며 더 나아가 작가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변혁의 바람이며 진상의 바람이기도 하다. 바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마치 인간의 기억을 가둬둘 수 없는 것처럼. 그것은 늘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타인의 비극은 결코 ‘나’와 무관한 먼 이야기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등불을 꺼야겠네》
이는 영국의 만화거장이며 작가인 레이먼드 브릭스가 15년에 걸쳐 창작한 생에 최후의 작품─그림시집이다. 그는 그림, 시, 스케치, 만화, 사진 등 여러가지 요소를 결부해 자조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생명의 황혼기에 직면한 로년층의 극도로 복잡하고 심각한 심리상태와 감정적 체험을 묘사했다. 책에는 로인들의 일상적인 세부가 대량으로 그려진다. 례하면 방 정리, 아침식사 준비, 뉴스 보기, 라지오 듣기,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기 등이 있는가 하면 로화의 과정을 다루며 유년시절에 겪었던 2차세계대전을 회상하기도 한다. 그 한수한수의 시들은 마치 어떤 순간의 소묘처럼 정확하면서도 서글프다. 례를 들어 최신 제품 리모컨에 촘촘하게 달린 기능 버튼을 바라보던 로인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 결국 그러한 인생의 세부들은 등불이 꺼지는 순간까지 흘러가며 자신만의 소중한 생명악장을 연주해낸다. 마치 저자가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다룬 그 힐링되는 애니메이션 영화 《런던 일가족》처럼.

◆《타향》
《타향》은 진정으로 평민녀성이 쓴 평민녀성들의 삶을 조명한 군상이야기집이다.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야채시장에서, 사람들 속에서》에 이어 ‘야채시장의 녀작가’ 진혜가 인물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흙처럼 질박한 필치와 달빛처럼 부드러운 시각으로 중국의 작은 마을 녀성들의 삶과 운명을 그려낸다. 강소성 평원의 마을과 절강성 작은 마을 시골에서 저자가 목격한 녀성들은 대부분 소박하고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저자는 쌀알을 골라내는 듯한 인내심으로 잡초와 꾸민 듯한 쭉정이를 걸러내고 그들의 희로애락을 진실하게 기록하며 그들이 더 이상 낯선 실루엣이 아니라 독자 주변의 어떤 녀성 선배나 이웃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한 직접 경험한 자의 신분으로 평범한 녀성들의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우며 불쌍하고 감동적인 다양한 모습을 기록하면서 평등한 시각으로 생명과 생활의 진실을 담아냈다.

◆《다시, 몸으로》
“우리가 빼앗겼던, 죽여야 했던 몸을 돌려주고 싶어.” 이는 중국의 작가 정정파, 왕간유, 주온, 한국의 김초엽, 김청귤, 천선란 등 녀류소설가 6명이 함께 쓴 ‘신체성’이라는 주제에 각자의 개성을 담아낸 과학환상 단편소설집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몸에서 벗어나 초월적인 존재가 되거나 기술의 힘으로 새롭게 변신하며 ‘몸’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고저 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시, 몸으로》는 제목처럼 ‘몸으로 돌아가는 방향’을 보여준 소설들이 담겨 그 특별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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