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끝에서도□ 김은희

2025-11-14 09:49:31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웽그리아의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난해하고 긴 문장으로 독자들을 어렵게 만든다. 그의 긴 문장은 문학적 스타일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고의 형식 그 자체이다. 단편소설집 《세계는 계속된다》는 참으로 라슬로다운 작품이다. 이 책은 라슬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그의 사상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창과도 같다.

‘9.11’ 이후의 깊이 생각하는 사람에서 출생의 비밀이 담긴 로씨야 우주비행사와 다른 현실로 도피한 뽀르뚜갈 아동공에 이르기까지… 라슬로는 세계의 변두리로 밀려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종말의 작가 라슬로는 일관되게 종말과 파괴, 끝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 〈세계는 계속된다〉는 ‘9.11’ 테로로 무너진 쌍둥이 빌딩의 이미지를 빌어 이 세계에 닥친 종말과 파괴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편적 테세우스〉는 어딘가에 감금된 채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강연을 다루는데 그 강연장 너머의 세계에서는 이미 종말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암시한다. 〈구룡주 교차로〉에서는 한 동시통역사가 속도, 능률, 복잡성을 상징하는 상해 고가도로시스템을 목격하면서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숲의 내리막길〉에서는 한순간의 방심이 련속되여 반드시 실현되는 파국을 그리고 〈은행가들〉은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 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향하는 사람들을 다룬다. 〈축복 없는 장소를 걸으며〉는 신성한 가르침을 잃어버린 인간들이 세운 성전이 무너지는 장면을 묘사한다. 이렇듯 라슬로의 작품 속에서 세계는 모두 재난, 전쟁, 죽음, 파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지닌다.

이런 세계에서 인물들은 탈출하려다가 그 세계에 묶이고야 마는 무한의 뫼비우스 띠에 놓여있다. 그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방향을 잃거나 한자리를 빙빙 돈다. 〈서있는 헤맴〉은 지금 있는 자리를 떠나려 하지만 그 자리에 멈춰선 채로 전세계를 도는 인물에 대해 언급한다. 〈언젠가 381고속도로에서〉는 고된 로동을 해야 하는 채석장을 떠나 숲속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궁전을 발견하지만 결국 떠나온 자리로 돌아오고야 마는 소년을 그린다. 〈저 가가린〉은 처음으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최초의 인간인 가가린을 추적하면서 지구를 떠나려 하지만 결국은 창 아래로 떨어지고 마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종말과 끝이 다가오고 있는, 혹은 다가온 이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탈출은 번번이 실패한다. 다시 있던 자리로 돌아가거나 그 자리에 멈춰서는 것만이 인간의 숙명인 것 같다.

이 책에서 계속 반복되는 모찌브중 하나인 그리스 철학자의 만물유전의 세계관은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전체를 관통한다. 〈속도에 관하여〉는 지구의 자전속도를 넘어서려 할수록 인간은 결국 지구의 속도에 맞추고 만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세계를 넘어서 존재할 수 없고 결국 자신 앞에 주어진 현실, 이 순간, 세부 분야만을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우리는 현실이라는 미궁에 갇힌 존재이다. 〈모두 다 해서 100명의 사람〉에서는 오래전 성인의 말씀도 100명의 입을 거치면 원래의 아우라를 잃고 말 듯, 력사는 재해석과 재구성의 력사임을 보여준다.

세계는 끝나도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난해할 수밖에 없다. 작품의 인물들이 미궁을 헤매듯 문장도 출구 없이 질주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마침표로 끝난다. 이야기는 끝나도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21개 독특한 이야기는 미묘하게 서로 조응되며 끊임없이 흥미를 자아낸다. 언어와 사상이 인간의 곤경과 좌절에 부단히 충돌되여 중단되더라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 세계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라슬로의 이름처럼 긴 이야기는 이 질문에 대한 종말론적 문학탐구이다. 그 대답은 독자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강렬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작품을 남긴 작가”, 더불어 라슬로의 작품에는 이외도 더 많은 요소가 내포되여있으며 더욱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률된 어조를 채택하며 동양을 바라보기도 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였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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