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은 한국 작가 김지혜가 쓴 힐링소설이다. 갓 지은 맛있는 책 냄새가 폴폴 풍기는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스타트업을 창업해 몇년간 앞만 보며 달려왔던 주인공 유진이, 우연히 찾아간 소양리에서 마법에 걸리듯 북카페를 열기로 마음먹고 서울 생활을 미련 없이 정리한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주듯 꼭 맞는 책을 추천해주고 책과 어울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힐링하는 곳, 숨겨뒀던 마음까지 위로받고 격려받는 곳, ‘소양리 북스 키친’은 그렇게 문을 연다. 그곳을 찾아온 9명의 손님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가?
서른을 코앞에 둔 대학시절 절친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내적 정체성의 간극에 혼란을 겪는 연예인,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느닷없이 암 진단을 받은 변호사, 꿈꾸던 일에서 좌절하고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어머니의 죽음까지 겪은 뒤 마음의 문을 닫은 한 남자 등 다양한 고민을 안고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온 손님들, 각자의 고민과 고통 속에서 방황하던 사람들은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전환의 시간을 맞게 된다.
밤하늘 별빛을 바라본 순간은 한편의 아름다운 연주곡이 되고 누군가는 바람에 날리는 벗꽃을 바라보다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어떤 이는 한달 동안 이곳에서 머물면서 모험을 떠나는 꼬마마법사에 관한 동화책을 쓰고 인생의 수렁에 빠졌던 한 남자는 어머니와의 따뜻한 추억이 담긴 노래를 기억해낸다. 그렇게 네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이곳에 찾아와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내며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간다. 한해의 끝자락, 그리움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손님들은 각자의 방식 대로 다시한번 소양리 북스 키친을 만난다.
이 작품에서는 이곳을 찾아온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다양한 고민을 말한다. 삶에서 휴식이 필요한 순간, 우연히 방문하게 된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그들은 휴식과 대화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한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충전하며 어느덧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쉬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시간이 한 템포 느리게 흘러가는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의 하루는 우리가 바라는 ‘일상의 작은 쉼표’가 된다. 이곳은 누군가에겐 숨겨뒀던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고 삶에서 잠간씩 휘청일 때마다 마음을 쉬여가는 비밀스러운 아지트 공간이다.
저자는 코로나시절 장기화와 퇴사 이벤트가 합쳐지며 세상이 자신 앞에서 순식간에 샤타를 내려버린 것 같은 느낌에 이 소설을 쓰게 되였다고 한다. 30살 무렵부터 끊이지 않는 고민과 복잡하고 시끌시끌한 속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마음이 쉬여가고 위로와 격려를 받는 공간을 꿈꾸며 ‘소양리 북스 키친’의 세계를 만들고 그려나갔다.
숲속에서는 바람이 어떻게 불가, 해살은 어떻게 내리쬘가? 노을이 지고 별이 빛나는 시간에 그리운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따뜻한 밥 한끼 함께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다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서일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과 옆에 둘러앉아 함께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소양리 북스 키친을 둘러싼 풍경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세세하게 담고 있어 읽기만 해도 그날의 분위기와 풍경이 그려지듯 생생하다.
《책들의 부엌》이라는 제목에 맞게 매장 나오는 추천 책을 보며 자신의 리스트와 비교해보거나 인용문을 찾다 보면 책 한권을 읽었을 뿐인데 여러권을 읽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책과 음식 그리고 생의 이야기가 하나로 맛있게 연주되는 공간이다.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며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다.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문장들을 정성스레 모아 지은 건강하고 맛있는 한끼 밥상 같다.”
“싸이월드에 다시 들어간 것처럼 소중한 추억들이 떠올랐다.”…
“이런 곳에서 한달 살고 싶다.” 등과 같은 감동 어린 찬사를 쏟아내며 당시 최고의 책으로 뽑혔다. 이 책은 출간된 그달에 2만부를 돌파하며 독자들의 주목을 끌어내기도 했다. 맛있는 책 한권과 함께 우리의 허전한 마음을 든든히 달래주는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잠시 쉬여가는 게 어떨가?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