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곡물을 사랑한다》
이는 ‘은발 블로거’ 옥진할머니가 쓴 첫 단편소설집이다. 책에 수록된 10편의 작품은 개인 생명을 실마리로 가정, 로동, 리산, 로화 등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품은 일인칭 시각으로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힘든 세월을 보내며 겪은 순수한 사랑과 혼인 려정을 깊이있게 회상하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실하고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는 요즘 시대에 특히 소중하며 큰 울림을 안겨준다. 책 속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작은 일상을 섬세하게 그렸다. 또 따뜻하고 오래도록 이어지는 사랑이야기를 저자의 개인적 경력과 남편의 생애를 통해 지난 로세대 지식인들이 격동의 세월 속에서 씁쓸하면서도 강인하게 살아온 생명의 륜곽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마치 축소된 중국 근현대사처럼 사랑의 부드러운 현실과 해방 후 새 중국의 사회적 풍모, 대중의 생활상태를 교묘하게 결부시킴으로써 특정된 력사적 시기에 개인의 운명과 국가 변천의 엇갈린 양상을 펼쳐보였다.
◆《카프카 마을의 아인슈타인: 토끼굴에 빠져 우주를 가지고 돌아오다》
미국의 만화가이며 작가인 켄 크림스테인이 쓰고 그린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프라하에서의 경력을 소재로 한 전기체식의 이미지소설이다. 그 령감은 1911~1912년 아인슈타인과 카프카가 동시대에 프라하에서 생활했다는 사실에서 온 것이다. 저자는 프라하시기가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사상 형성 과정에서의 중요성을 전달하며 카프카의 독특한 시각으로 아인슈타인의 독창적인 견해를 해석하고 있다. 그는 화필로 카프카의 도시 프라하가 지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이 작품에서는 아인슈타인과 카프카의 이 시기 일기, 강연, 편지와 론문을 토대로 과학, 문학과 철학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력사적 사실과 과학적 지식을 존중하고 가볍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심각한 물리학 및 철학적 사고를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서사로 전환시킨다.
◆《지나간 옛날의 시간들》
이는 아일랜드의 유명 작가 세바스찬 배리가 쓴 장편소설이다. 이 신작을 읽다 보면 사르트르가 포크너의 작품을 평론한 이 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포크너가 본 세계는 마치 오픈카를 타고 뒤쪽을 돌아보는 사람이 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순간마다 불규칙적인 형태의 그림자가 그의 좌우에 나타나는데 그것들은 마치 반짝이고 흔들리는 광점처럼 보이다가 차가 일정한 거리를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나무, 행인, 차량으로 변한다.” 소설은 톰 케이틀의 은퇴생활을 주선으로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을 보여준다. 저자는 회고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흐름의 서술적 수법을 선택했다. 케이틀의 기억은 흔들흔들 위태롭고 소설의 서술 또한 이에 따라 류동적이고 불확정적이다. 하지만 그의 혼란스러운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주제가 펼쳐지며 마치 독자들도 서술에 참여한 듯한 느낌을 준다.
◆《토끼를 잡다》
12년간 련락이 끊겼던 어린시절 절친 레일라로부터 먼곳 더블린에서 살고 있는 사라에게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면서 사라가 잊으려고 했던 고향 보헤로의 귀향을 재촉한다. 그렇게 사라는 레일라와 함께 보헤전쟁에서 실종된 오빠를 찾는 도로 려정에 오른다. 그 속에서 사라는 동년시절의 조각들-그들이 함께 겪은 순수함과 균렬, 전쟁이 강요한 민족 정체성의 장벽, 가부장적 사회가 던진 기나긴 그림자들을 하나하나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 장편소설을 쓴 보헤의 작가 라나 바스타시치는 동화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기괴한 이미지를 불안정한 발칸의 현실에 교묘하게 투사시켜 력사적 배경과 개인적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녀성의 시각으로 성장의 고통, 정체성의 상실, 우정의 복잡성을 그려냄으로써 전쟁이 남긴 집단적 트라우마와 개인적 발악을 보여준다.
◆《미들마치》
영국의 작가 죠지 엘리엇이 쓴 소설로, 빅토리아 시대 사회적 규범이 개인의 욕망 나아가 삶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 본성의 명암을 포괄적으로 고찰한 대작이다. 가상의 소도시 미들마치를 배경으로 각 사회계층을 대변하는 다채로운 인물들을 등장시켜 결혼, 선거권, 녀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같은 주제들을 둘러싼 풍부한 담론과 극적 사건들을 촘촘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 주제들의 방대함과 등장 인물 하나하나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세밀한 필치로 시대상을 총체적으로 새긴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풍경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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