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작가 로베르트 제탈러가 쓴 《한평생》은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산악지역의 휴양지 개발을 주요 배경으로 허구의 인물인 안드레아스 에거의 한평생을 덤덤하지만 세밀하게 따라가고 있다.

《한평생》은 티롤지방의 풍경묘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자연 그대로의 정취를 간직했던 이 지역은 케블카가 설치되고 스키휴양지로 개발되는 과정을 통해 중대한 변화를 겪는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에거의 시점에서 정교하게 묘사되며 이 작품의 핵심을 이룬다. 어찌 보면 ‘자연인’에 가까운 존재인 에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문명화’ 과정에 련루되면서 자신의 로동가치와 인생의 의의를 제대로 부여받는다.
이와 더불어 《한평생》의 핵심을 이루는 주제는 바로 죽음이다. 에거의 곁에는 항상 죽음이 따라다닌다. 그렇다고 죽음은 불행하거나 느닷없는 형태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단 하나의 례외가 있으니 바로 안해 마리의 죽음이다.
에거의 주변 사람들은 죽음을 근본적으로 두려워하지만 그렇다고 애써 피하지는 않은 채 담담하게 맞이한다. 결국 에거 자신도 그러한 태도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죽음은 산악지역이라는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고독으로 점철된 남자 에거의 삶에 오묘한 색채를 드리운다.
에거의 일생을 살펴보면 우리는 죽음이 산악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설처럼 그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매일 마음을 졸이며 하는 고공작업, 샤와만 해도 독감에 걸려 목숨을 잃는 동료, 에거가 독일 국방군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을 때 로씨야 눈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병사들의 시신 등 죽음은 마치 ‘랭정한 녀인’처럼 호시탐탐 그의 뒤에 웅크리고 있었다. 책 속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제 등에서 돌아가시면 안돼요!” 에거는 이렇게 말하고 어깨에 맨 가죽끈을 고쳐매기 위해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잠시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의 소리를 들으며 귀를 기울였다. 고요함은 완벽했다.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심장을 두려움으로 가득차게 만드는 산의 침묵이였다. “제 등에서는 안된다고요.” 에거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사실 이 책에서 작가는 여러차례 죽음의 이미지를 대설로 표현했다. 특히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에거는 35살 되던 해 대설 속에서 친구가 중병에 걸려 죽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다짜고짜 친구를 업고 산 아래 마을로 내려가 구조를 요청하기로 한다. 두터운 눈으로 덮인 3킬로메터가 되는 산길을 힘들게 걷고 있다. 이때 친구가 갑자기 맑아진 정신상태를 보여준다. 친구는 에거의 등에서 내려 어느새 반대 방향으로 완전히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다.
이후 친구의 얼어붙은 시신이 발견되였을 때 에거는 이미 70세가 넘었다. 삶과 죽음, 느림과 빠름의 상징과 비유는 이 장면에서 무한히 확대되고 있다. 친구의 짧고 갑작스러운 죽음 뒤에는 에거의 길고도 여유로운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인공 에거는 참으로 딱한 인물이다. 어렸을 때 학대를 받고 오른쪽 다리를 저는 장애를 안고 살지만 그래도 그는 자기의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 에거가 사는 삶을 따라가보면 인간의 존엄에 대한 사색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불행한 에거에게도 사랑은 찾아오고 그는 안해가 죽은 뒤에도 끝까지 그 사랑을 지켜나간다. 지금 우리는 아직도 그런 사랑을 믿고 있을가.
한 남자, 산, 고독, 죽음의 ‘사중주’로 이 작품에서는 고독 속에서 존엄과 아름다움을 찾는 내용을 부드럽고 온화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우리 인간의 존재를 이루는 크고 작은 순간을 응시하고 있다.
“독자들은 제탈러의 절제된 산문 속에서 예리한 관찰과 통찰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을 지닌 남성의 이야기를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탄력 있으며 우아함이 깃든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극도로 시적인 작품이다. 무뚝뚝하면서도 예민하다. 사소하고 주변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책이기도 하다. 일단 이 책의 첫장을 읽게 되면 절대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독일에서 출간되자마자 많은 언론과 문학계 인사들의 주목을 받으며 세계의 독자들에게 소개되였다. 출간 후 독일에서만 55만부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되였고 세계 25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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