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살 고운 포근한 봄날은 그대의 숨결인가요
도시의 외벽을 지나
오월의 정향 속으로 질주하는 그대는 뉘신가요
하늘에 나붓기는 분홍댕기 구름밭 헤가르고
창가에 시를 쓰는 고운 손가락 마디에 봄물감 파릇파릇 물들어요
꽃이 오는 언덕으로
얼룩망아지 뜀질하며 어미 쫓아 올라가요
멀리 안개발 사이로
도시는 신부인 양 뽀얗게 돌아앉고
나무들 마디 늘이는 소리 짱짱 내 뼈마디도 푸르러요
봄날 고운 그대 해솜 같은 얼굴은 어느 시대 고운 정경인가요
싱그러운 산행길 끌고 오르는 언덕 우에
아기해 맨발로 뛰여나와 우리를 반겨요
꽃이 진다 꽃이 핀다
꽃 진 자리에 꽃이 핀다
찬바람에 마지막 꽃잎마저 부서져 사라지고
싸늘했던 그 하늘길 열어
텅 빈 허공 헤매다 통곡하며 떠났던
아스름한 구름밭길 내려
아, 긴 겨울 엄혹한 빙하의 감옥
랭혹한 침묵과 동면의 긴긴 인내를 길어올려
가슴에 남은 마지막 홀씨 하나 불어 불어
아, 싹 틔우고 뿌리내려
다시 그 자리, 그 터전에 찾아와
피빛의 꽃망울 입술 연다
천년의 인내
마침내 화려한 꽃이 핀다
죽음의 바로 그 자리에
화려한 부활로
아, 눈부신 꽃이 핀다
아침, 꽃의 방문
눈 뜨면 네가 꽃으로 온다
해살의 물결옷 입고
나비처럼 나의 심혼에 날아든다
팔랑팔랑 나비걸음
향기가 폭발한다
환영같이 눈부신
너의 왕림
나는 어느덧 지중해
어느 심해의 하얀 섬으로
철썩철썩
정감의 하얀 파도 우에
황홀한 섬으로
설레이는 오로라빛으로
새로운 천국 만들고 있었다
나를 닮은 그대
나를 닮은 나무를 본 적이 있어요
사월에 막 들어서는 아침
싱그러운 봄길 걸어와 눈인사하고
슬쩍 돌아서서 벗들과 소곤대는
말없이 충분히 알아버린
봄빛에 파르스름한
키다리 사랑스러운 나무
가만히 기대서면 속 안에
아픔들이 그늘로 오고
또 휘적거리는 가지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무심의 경지에 올라서는 나무
부끄럽게 돌아보는 나에게
내 삶의 스승이고 사랑이기도 한
아, 계절처럼 봄을 안고 온
그대 닮은 나무를 본 적이 있어요
봄을 쓰는 버드나무
하늘 높이
줄줄이 흐르는
봄가지들
새순마다 초록빛 물안개 걸리고
아슴한 하늘길
용케도 내려온
대지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검은 대지에
불타는 태양
오곡물결 달려올 릉선 따라
왈랑절랑
달려올 봄마차
하늘땅이 물들어가는
생명의 노래여
봄날의 소묘
뿌리와 풀과 눈이 하나 되여
해살을 재단한다
아니, 해살이 나무 그림자를
오려내는구나
그림자 속에선 푸른 눈과 봄풀
룡트림하는 뿌리가 치솟아
해빛에 물든 풍경을
새롭게 빚어낸다
나무들이 허리를 펴는 소리
움찔대던 대지가 일어나는
푸른 메아리
산등성이를 타고 오른다
맑은 하늘엔 양떼 구름
봄물마냥 흐르고 있다
봄을 위한 바람
—잔디를 품어 키운 락엽에 부쳐
나는 너를 위해 시체가 되여도 좋다
너의 새파란 몸짓이 내 사랑이다
세상 어느 골짜기 무주고혼 된들 대수랴
봄바람에 너의 작은 몸 나붓긴다면
금방 도래할 눈부신 봄날
하늘 쏘는 노고지리 파종할 것을
고단한 몸이라도 이 아니 노래하랴
너를 위해 가랑잎처럼 사라져도 좋다
이 땅에 우렁찬 생명의 노래
나를 딛고 새로운 금잔디로 달려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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