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범인의 은밀한 정체□ 김은희

2026-05-29 10:05:18

《가공범》은 일본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85년부터 40여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게이고가 작가로 활동한 기간과 같다. 쟝르 작가의 한계를 뛰여넘어 이제는 대문호의 반렬에 오른 게이고가 미래 세대에게, 독자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교살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예측 불가능한 범인이 말하는 예측 불가능한 동기는 과연 진실일가?

유명 정치인 도도와 전직 배우 에리꼬 부부의 집이 불타고 두 사람은 주검으로 발견된다. 하지만 부검 결과 두 사람의 사인이 방화로 인한 질식사가 아닌 교살로 밝혀지며 타살 정황이 포착된다. 이에 지역 관할서와 일본 경시청이 함께 하는 대대적인 수사본부가 꾸려지지만 사건은 조금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협박 편지가 도착하며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지고 만다. 한편 사건을 맡은 고다이 형사는 뜻밖의 인물에게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는 무언가 커다란 비밀이 있음을 직감한다.

“아까 유령을 쫓는 것 같다고 하셨죠. 이 상황을 말씀하신 건가요?”

“그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다니는 모양새라 허탈하다는 뜻으로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쓰쓰이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 우리는 가공의 범인에게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닐가?”

“가공의 범인…”

“물론 큰소리로 말할 수 없지만.”

화려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가? 두 사람은 무슨 비밀을 끌어안고 있는 것일가? 촘촘하고 치밀한 구성,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허를 찌르는 반전 모두 게이고의 커다란 강점이지만 독자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인간미가 흐르는 미스터리’야말로 작가의 전매특허이다.

작품 《가공범》에는 이 같은 매력이 더욱 잘 발휘되였다. 범행의 동기와 방법, 범인 찾기가 골자인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작가는 인간 본성의 다채로운 감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변화하는 시대, 복잡다단한 인간사, 거기에 얽힌 크고 작은 사건들과 저마다의 사연은 독자에게 마음속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만년이 된 게이고는 인간의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갔다. 경제의 흥망성쇠, 세대간의 갈등, 련인과 가족의 애정 등 전 세대가 겪었을 보통의 경험에 기반해 굵직한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그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소설의 본령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가공범》을 발표하며 게이고는 “이 소재를 작품으로 쓸 날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40년 작가생활의 소회를 함축한 한마디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마침내 게이고의 새로운 시리즈인 ‘고다이 시리즈’가 시작되였다.

고다이 형사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동분서주 돌아다닌다. 이 과정에서 그가 느낀 사소한 의심이 쌓여 마침내 사건이 품고 있던 엄청난 비밀이 밝혀진다. 천재 캐릭터나 기상천외한 범죄 없이도 여러번 숨을 멎게 하는 게이고의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때론 일상의 고단함에 지치기도 하지만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고다이는 가장 평범한 것이 특별하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대변한다.

이 작품은 자신을 잘 로출하지 않는 수수께끼에 싸인 작가지만 사회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주변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내는 인간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이 소설가로서의 완숙함과 함께 빛나는 그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작품임에 틀림없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진실과 허위에 대한 질문과 깊은 여운이 오래 남는다. 초반의 느린 전개에도 불구하고 고다이 형사의 현실적 수사를 따라가며 예상치 못한 반전과 복선에 한편의 영화처럼 몰입하게 된다. “<가공범>이라는 제목이 이렇게 딱 들어맞다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도저히 멈출 수 없다.”라는 독자들의 수많은 찬사를 얻어내기도 했다.

게이고는 아시아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 굳건히 자리하며 지금까지 100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했다. 수많은 인기작이 있지만 《가공범》은 특별하다. 출간 즉시 일본에서 큰 호평을 받으며 종합 랭킹 1위에 올랐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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