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펼치면 떠날 수 있는 감성려행

2026-06-12 09:26:11

◆《어수》

장천익이 쓴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평범한 리별 같은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머니 왕대리의 죽음 앞에서 딸 곽천은 슬픔 대신 ‘기다림’의 도래를 느끼며 어머니 삶의 어두운 강 속으로 들어갈 기회를 잡는다. 결혼, 자녀와 사회적 훈육에 의해 형성된 후반생을 거슬러 올라가 반세기를 넘나드는 한 녀성의 인생 궤적을 되돌아본다. 이 어두운 강이 흐르는 곳에는 생명의 비밀과 해방감이 있으며 가족간의 미묘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겨루기와 쟁탈전도 있다. 고농도의 이미지와 풍부한 감정이 층층이 쌓여 파도처럼 독자에게 밀려오며 소설을 이야기의 종착점으로 나아가도록 이끈다. 이야기의 결말에서 딸은 마침내 어머니의 일생에 숨겨진 모든 면을 보아낸다. ‘미는 필요 없고 오직 책임과 침묵만 있는’ 어머니의 모습 뒤에는 그녀의 욕망과 아픔 그리고 말로 다할 수 없는 열정과 생명력이 자리하고 있다.


◆《야영》

《야영》은 호안이의 첫 소설집이다. 현재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도 비허구작 《북경에서 택배를 배송하다》일 것이다. 다소 어색한 비유를 하자면 비허구작은 작가 창작생애의 스크래치 복권처럼 어찌 보면 뜻밖에 얻은 큰 당첨금과도 같다. 반면에 허구소설은 오랜 세월을 거쳐 숙성된 술과도 같아 작가가 집필을 시작했던 초심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실습생> 등 10편의 소설은 정교한 구상이나 줄거리보다는 직관적으로 쓰여진 듯한 느낌을 주며 생생한 삶의 묘사가 돋보인다. 결국 ‘진정성’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이 대체로 순조롭거나 성격이 락관적이고 명랑하며 자신감이 있었다면 아마 글쓰기를 아예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글쓰기는 그에게 마냥 피난처와 같은 존재이며 그의 불안, 초조, 쾌락과 수많은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다락방》

이 책은 정교하면서도 풍부하고 복잡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말렌 하우스호퍼가 쓴 장편소설로 한 가정주부의 8일간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하우스호퍼의 다른 대표작 《벽》처럼 큰 시대, 큰 사회, 큰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소위 일상이라 해봤자 빨래, 료리, 책장 정리, 바닥 닦기, 장보기와 같은 소소한 일상, 추억, 일기 읽기, 그림 그리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미세한 것들을 통해 독자들은 시대의 변화가 가정생활에 내린 먼지까지도 포착할 수 있다.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라는 명언을 빌리자면 ‘자기만의 다락방’이 될 수도 있다. 오직 이 다락방에서만 서술자 ‘나’ 또는 저자 본인이 일상에 기반하면서도 일상을 초월한 관찰과 사고를 진실하게 기록하고 있다. 한 평론처럼 이는 가정생활에서 화목을 유지하는 한 주부의 지혜이고 시대의 변화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표현이며 나아가 기억과 망각, 표현과 침묵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인간의 혼란인 것이다.


◆《령혼의 육신》

로씨야의 작가 류드밀라 울리쯔까야가 쓴 《령혼의 육신》은 그의 최신 소설집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싶이 령혼과 육신의 경계가 소설집의 주제를 이룬다. 동시에 외연에는 자기와 타자의 경계, 기억과 망각의 경계, 존재와 허무의 경계로 확장된다. 저자가 이러한 경계를 포착하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령혼의 진정한 모습이 더 선명해진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그리는 령혼은 육체와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전환점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육체가 허약해지고 지어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인간의 여러가지 생명의 모습, 사고의 모습, 령혼의 모습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저자가 보여주는 방식이 극적인 갈등이 아닌 조용한 서사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끝에서 올리브를 먹다》

  이스라엘 작가 에트가 케레트의 단편이야기집으로 33개의 단편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은 황당하고 기괴하며 웃음을 주면서도 어딘가 슬프고 삶의 막막함과 취약한 순간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작품을 ‘가장 세기말적인 색채를 지닌’ 이야기집이라고 하면서도 여러 면에서 가장 락관적이라고 인정했다. 책 속 이야기는 구상이 특이하다. 이를테면 인간의 고독감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두 로보트가 사랑을 나누고 시간려행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며 사람의 일생을 73년이라는 긴 영화로 기록하는 등이다.《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보편적이고 영원한 소설집이라고 평가했다.  문학보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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