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 김애란이 쓴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진실과 거짓,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고중 2학년인 세 아이는 몇가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보낸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시간대는 두달 남짓한 짧은 방학이지만 우리는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현재에 다다르게 된 인물들의 전반 흐름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세 아이는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것은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였다.
책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선생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을 가리킨다. 새 학기가 되여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다섯개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되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킴으로써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게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 학생이 “나는 핫도그 속의 소시지는 안 먹고 빵만 먹는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학교 담장을 넘은 적 있다.”와 같은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면 다른 학생들은 그중 과연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일지 추측함으로써 “그 과정 자체가 발표자에 대한 괜찮은 자기소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거짓말에는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재미 삼아 함정처럼 파놓은 것도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어떤 일을 그 문장을 통해서나마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슬그머니 섞어놓은 것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누가 들어도 명백한 거짓 같아서 모두 웃어넘길 수 있기”를 바라며 혼자서 오랜 시간 감당해야 했던 어떤 비밀을 내뱉기도 한다. 소설 속의 지우, 소리, 채운 세 주인공이 처음 서로를 의식하는 계기도 바로 각자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이다.
“넌 이야기가 왜 좋은데?”
“끝이… 있어서?”
“난 반댄데. 난 시작이 있어 좋거든. 이야기는 늘 시작되잖아.”
이처럼 작품은 서로의 비밀을 엿본 이후 서로에게 호감을 비치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세 아이가 만들어가는 우정과 거짓말, 그림과 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작품의 특별한 점은 중간중간 글로 풀어낸 지우의 만화가 삽입되여 그 자체로 이야기에 재미와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소설 속 인물들을 밀접하게 련결시키면서 예상치 못한 의미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누군가의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사건의 반전’으로 인해 일어나는 ‘정서의 반전’을 공들여 그려나간다.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은 인물들이 “오래동안 억눌러온 어떤 감정이 무너져내리는” 과정과 포개져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한자한자 눌러쓰고 고쳐쓰고 다시 써내려간 끝에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슬픔이라는 마냥 아름답거나 밝지만은 않은 요소들로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삶은 가차 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책 표지에 작가가 남긴 말이다.
2002년에 작품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작가생활 24년 차에 접어드는 김애란은 신중한 걸음으로 작품세계를 일구어나가며 지금까지 소설집 4권과 장편소설 한권을 선보였다. 《달려라, 아비》, 《바깥은 여름》 등 5권 모두 널리 읽히며 책 제목만으로도 우리에게 각자의 마음에 품고 있는 고유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드문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편폭도 길지 않아 순식간에 읽을 수 있고 잔잔한 듯하면서도 가슴 아픈 사연을 담담히 풀어가는 작가 특유의 글쓰기 방식이 몰입을 더해준다. 따뜻한 위로와 성장을 원하는 독자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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