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왔소!” 행복에 젖은 로인들

2023-02-01 08:57:37

방역 조치 최적화로 올해 우리 나라 설 명절의 ‘민족 대이동’은 음력설 려객운수 22일 만에 5029만 7000여명을 돌파했다. 걱정 없이, 제한 없이 국내외 방방곡곡에서 부모님 품으로 날아드는 자녀들 덕분에 로인들도 오랜만에 설 다운 설을 보내면서 무엇보다 값진 ‘효도’ 선물을 받아 행복에 젖어들었다.

“령감, 우리 애들이 만두를 좋아하니 좀 있다 창고에서 랭동해둔 만두를 많이 꺼내와요.”

음력설을 하루 앞둔 1월 21일, 안도현 석문진에 살고 있는 최장석(73세), 차금란(68세) 로부부는 멀리 청도에서 자가용을 운전하고 오는 아들 부부를 맞을 준비에 아침부터 분주하다. 저녁때쯤 도착할 수 있다는 아들의 통지를 받았지만 로부부는 아침 일찌기 아궁이에 불을 피워 집을 따뜻이 데우고 손녀들이 좋아할만한 음식들을 준비하면서 들뜬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손녀들이 학교를 다니고 애들도 출근을 하니 혹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가 하는 우려에 2년째 만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도 풀려 설 쇠러 온다고 하니 어찌나 기쁘던지, 어제 오후에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렘 반, 걱정 반 한숨도 못 잤습니다.” 차금란 로인은 애들이 오면 그동안 그리웠을 고향 음식을 해주려고 한달 전부터 준비해둔 먹거리로 푸짐한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집 안에서 바삐 돌아치는 차로인과 달리 최장석 로인은 대문 밖까지 눈을 쓸고 또 쓸면서 차 경적소리만 들리기라도 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길목까지 나가보군 했다.

“애들이 왔소!” 예정 도착 시간보다 훨씬 이른 오전 9시, 문밖에서 ‘망을 보던’ 최로인의 다급한 목소리에 차로인은 외투를 걸칠 새도 없이 달려 나갔고 2년 만에 훌쩍 커버린 손녀들을 품에 안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 “얘들아 반갑다. 오느라 고생했다…” 일찍 도착하려고 밤새 운전을 한 아들부부네 식사준비를 다그치면서 최로인은“이 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너무 너무 좋습니다.”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자녀들이 모두 외국에 있는 탓으로 3년째 조용한 음력설을 보낸 연길시의 김정숙(70세) 로인네 집도 올해에는 ‘지붕이 날아갈 정도’로 북적북적했다. 올해 격리조치가 풀리면서 한국에서 한꺼번에 귀성한 큰아들, 둘째딸에 북경에서 설 쇠러 온 막내 딸까지 갑자기 아홉 식구가 늘어나 비좁은 집에서 머리에 머리를 맞대고 자고 화장실도 줄을 서서 갈 정도였지만 김로인은 시종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늦은 밤까지 아이들과 화투를 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끌벅적한 음력설을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다 모여야 가족이지요. 아이들이 한 구들 앉아있는 것만 봐도 너무 행복합니다.” 설날 아침, 자녀들에게 ‘엄마 음식’으로 상다리 부러지게 한 상 차린 김로인은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자녀들의 진심어린 축복 속에 오랜만에 명절 다운 명절을 보냈다.

80고령을 바라보고 있는 원로인도 “소주에 살고 있는 증손주를 실컷 안아보는 것”이 소원이였는데 올해 음력설 그 소원을 이뤘다.

“아이고, 어찌 이리도 이쁠가. 참으로 야무지게 생겼구만.” 2021년에 태여난 토끼 같은 증손주까지 올해는 4대가 모여 단란하게 음력설을 보내게 된 원로인은 하루종일 증손주만 따라다니고 증손주만 바라봤다. 소주에 살고 있는 손녀가 출산을 하게 되면서 원로인의 딸 부부가 지금까지 소주에서 손녀의 육아를 돕고 있는데 원로인은 건강 때문에 먼 길을 떠나기 힘들어 증손주는 늘 사진으로만 봐왔다. 그렇게 그리던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된 올해 음력설은 원로인에게 있어서‘소원’을 이룬, 행복과 웃음이 가득한 뜻깊은 음력설이 되였다.

“올해 음력설에는 집에 오느냐?” 집에서 오매불망 자녀들의 귀성만을 기다리는 로인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다. 가족들이 다 모여 정을 나누는 특별한 명절인 만큼 로인들은 일년내내 음력설의 따뜻한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부모님 곁으로 부지런히 귀성하는 자녀들 덕분에 로인들의 올해 음력설은 쓸쓸함이 아닌 행복함으로 가득했다.

  추춘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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