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부 리련화
나의 꿈, 기록자의 숙명

2023-03-31 08:47:17

연변일보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만해도 나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그 시절의 나처럼 아마 지금도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타지에서 직장을 하루아침에 때려치고 연길로 돌아올 때는 아무런 목적이 없었다. 조금 막연하기는 했지만 연길에 가면 내가 발을 붙일 한자리가 없을가 하는 용감한 생각의 부추킴 아래 좋은 직장이였지만 그만두고 정든 고향으로 돌아왔다.

사실 행정직을 할 때만해도 헤덤비는 성격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빠뜨리고 까먹고 잃어버리고…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면 좋을텐데 하고 처음 나의 적성과 나의 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였던 것이다.

그때 택시를 타고 하남다리를 건널 때 다리 북쪽에 번듯하게 서 있는 연변일보사 건물을 보면서, 글쓰는 일이라면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 막연하던 생각이 현실로 되여 내 평생을 바칠 직업이 될 줄이야.

어쩌구려 기자직에 몸을 담근 지도 15년철, 돌이켜보면 감개가 무량하다. 임신 5개월에 뒤뚱거리고 면접을 봤고, 질문답변을 용케 마치고 허리굽혀 인사를 할 때 모처럼 차려입은 블라우스의 허리띠가 툭 끊어지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합격점을 준건, 백락 같은 면접관들이 나에게서 기자가 갖춰야 할 기질과 조건들을 용케도 보아냈기 때문이 아닐가 하고 혼자 흡족한 생각을 굴려본다.

자신만만 기자직에 뛰여들었지만 종래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게 기자직이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문학면에 소질이 있다고 해서 좋은 기자가 되기는 어렵다. 여기서 말하는 문장력이란 문학인들의 문장력이 아니다. 문학인들이 감성적이고 섬세한 어머니라면 기자는 날카롭고 론리적인 아버지에 가깝다.

기자는 전문성을 띤 직업이다. 뿐만 아니라 기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조건 가운데는 정치적 민감성, 문장력, 넓은 인맥 등등 많은 것이 포함된다. 시대가 발전하다 보니 요즘 같은 융합미디어 시대에는 기자에게 특정분야 전문성은 물론 매체의 달라진 전파방식, 전파효과, 전파범위에 적응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될 것을 요구하며 아픈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는 휴머니즘까지 점점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기자가 부단히 배우는 직업이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보니 물론 사람 나름이겠지만 다른 직업을 가진 내 또래보다 사회에 대해 세상에 대해 더욱 많이 알게 된다.

직장내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분야에서 특정된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직업과 달리 기자는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야 하고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며 끝없이 새로운 정보를 캐내고 흡수하기 때문이다. 취재기자는 거개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내민 사람들과 만나 그들과 소통하는 과정에 배우거나 사회 취약계층을 만나 그들의 삶을 보듬는 과정에서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편집 기자는 정확한 여론 방향, 전문성을 띤 지식 등을 얻기 위해 끝없이 검색하고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과정에 배운다.

나는 자기계발서에서 읽은 내용보다 사람을 만나 나눈 얘기에서 더욱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만난 한 책임자는 자신이 처음 관리직에 올랐을 때 자신의 권리라 할가 권위라 할가 그것을 드러내고 싶어서 자신을 포장했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사람은 자신을 표현하고저 할 때 실수를 범하기 쉽다.”는 점을 알려주었고 한 기업가는 “타인의 실수를 지적하지 말아야겠더라, 그것이 상급이든 부하든 눈감아줘야 한다, 실수를 저지른 사람은 그것을 알고 있었을텐데. 그것을 꼬집었더니 응어리가 되더라”라고 했다.

또 다른 기업가는 “지금에 오기까지 수많은 것들과 싸움해야 했다. 조금 뾰족하게 솟아오르면 갖은 루머에 휩싸이는데 나는 그런 것을 굳이 해명하려 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럴만한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거니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얘기해주었고 땡볕에 수고하는 인부는 인터뷰 과정에 “생활이란 참 쉽지 않소, 하지만 기자가 건네준 생수 한병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게 감사하오.”라고 말해주었다.

모든 곳을 보듬기 위해 생긴 존재가 ‘어머니’라면 아마 사회 모든 곳에 닿아서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자도 그런 존재가 아닐가 생각해본다.

요즘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때문에 기자의 생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신문이란 그 형태와 방식만 바뀔 뿐이지 생명은 영원하다고 믿는다. 단 한가지 분명한 건 우리가 확실히 생존경쟁에 직면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이런 격변의 시기를 함께 하는 현직이라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자’라는 이름을 걸고 나의 책상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싸워볼만한 도전이 생겼다는 것은 라태하던 나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줄 기회가 도래했다는 말이 될테니까.

기자생애 15년에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무작정 두렵기만 했던 막내기자 시기, 뭔가 좀 알리는 듯하여 ‘용감무식’하게 주장을 내세우던 헛똑똑이 시기, 알고 보니 아직도 많이 부족한 나라서 고개가 숙여지던 성숙의 시기를 다 겪었다.

  지금까지 꽤 오래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손꼽아 계산해보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다. 지금쯤 딱 기자생애의 한가운데까지 와있는 나, 뒤돌아보면 자부심이고 앞으로 내다보면 사명감이다. 내가 다른 무엇보다 잘할 수 있는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참 행운이고, 그 행운이 나의 기자생애 내내 동반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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