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약품설명서, 돋보기도 ‘무용지물’

2023-04-12 08:55:16

14억 인구중 18.7%를 차지하는 로인군체들을 겨냥한 ‘로인 맞춤형’ 봉사가 요즘 사회 여러 분야의 열점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로인 맞춤형 관광, 가구, 신발 그리고 스마트폰과 핸드폰 APP까지… 여러 분야의 업체들마다 로인들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색다른 봉사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치렬한 맞춤형 ‘경쟁시대’에도 깨알처럼 작은 글씨체를 ‘고집’하고 있는 약품설명서 때문에 이를 가장 필요로 하는 로인들이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로인들, 돋보기에 확대경을 들어도 보일랑 말랑

69세의 연길시 주연군 로인은 며칠전부터 목이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나기 시작하여 약방에 들러 기침약과 소염제를 구매했다. 저녁식사 후 약을 먹으려고 약통을 집어 들었지만 약방에서 약사가 알려준 복용방법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돋보기를 끼고 약통을 한참 들여다 보던 주로인은 “글씨가 이렇게 작아 늙은이들은 어떻게 보란 말인가!”고 짜증스레 말하더니 확대경까지 꺼내들었다. “약들마다 설명서 글씨가 너무 작아 하루에 세번 먹는지 한번에 세알 먹는지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빼곡이 적힌 설명서에서 겨우 수자를 찾았는데 그게 또 하루에 몇번, 한번에 몇알 먹는지를 보자면 더 눈을 쪼프리고 들여다 봐야 된다. 다른 건 몰라도 복용방법이라도 크게 적어줘야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겠는가?” 주연군 로인은 깨알처럼 작은 글씨들을 촘촘히 적어놓은 약품설명서에 불만을 토로했다.

작은 글씨체로 된 약품설명서 때문에 풍로인(65세)도 적지 않게 애를 먹고 있다. 만성질병으로 다년간 고혈압 약, 관상동맥성 심질환 약 등 여러가지 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풍로인은 혹시 약품끼리 상호반응이 발생할가 봐 감기약을 먹더라도 약품설명서를 꼼꼼히 챙겨보군 한다. 그는 “혈압약은 늘 먹던 약이라 먹던 대로 두알을 먹었는데 이상하게 메스꺼운 증상이 있어 설명서를 다시 보니 복용량이 바뀌였더군요. 그 후로는 감기약을 먹더라도 꼭 약품설명서를 챙겨 보려고 하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이 정말 눈이 아프고 애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자녀들, 약품설명서 ‘해설원’으로

“저희 할머니는 갑상선 기능 저하와 코티솔(皮质醇) 저하로 약을 드시는데 두가지 약품 복용 방법과 용량이 모두 달라 매번 약을 구매한 후 약통에 큰 글씨체로 몇시에 몇알 복용해야 하는지를 꼭 적어드립니다.” 할머니와 가까이에 살고 있는 태화영(30)은 할머니의 약품설명서 ‘해설원’을 담당하고 있다. 할머니가 매번 새 약품을 구매할 때마다 그는 주의사항과 부작용 등 설명서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고 복용방법을 약통에 큼직하게 적어준다. “년세도 많고 드시는 약도 많아 걱정스러워 늘 챙겨드리고 있습니다.” 태화영은 할머니를 대신해 깨알 크기의 약품 유효기간도 빠짐없이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로인들 가까이에 있는 자녀들과 달리 멀리 떨어져있는 자녀들은 곁에서 직접 챙겨주지 못해 걱정이 더 크다. “어머니, 설명서 뒤면도 찍어주십시오.” 부모님과 떨어져 타지에 살고 있는 장모는 매번 위챗을 통해 사진으로 설명서를 확인하고 복용방법을 알려드리고 있다. 장모는 “매번 부모님이 설명서를 찍어주면 하루에 몇번, 몇알씩 드시라고 알려주는데 저는 그저 확대경 역할만 하고 있어 잘 기억하고 제대로 드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약방, 복용방법 물어보는 로인들 많아

실제로 기자가 연길시보건대약방, 신약대약방, 해란강대약방 등 연길시 약방들을 취재한 결과 약방의 사업일군들은 약품을 구매하고 약품설명서가 있음에도 약사와 직접 복용방법, 주의사항을 물어보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대부분 로인들이라고 했다. 이러한 현상에 맞춰 대부분 약방들에서도 주동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복용방법,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로인들에게는 특별히 약통에 따로 복용방법을 크게 적어주는 등 ‘로인 맞춤형’ 봉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연길시 애단로에 위치한 모 약방의 약사는 “약품포장, 상표, 약품설명서를 모두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의 통일된 요구에 따라 제작, 인쇄해야 되고 약품설명서 또한 명칭, 성질과 형상, 약리, 불량반응, 주의사항 등 규정된 내용들을 제한된 공간에 모두 적어넣다 보니 글씨 크기가 작은 것 같습니다.”며 “집에 있는 약을 들고 복용방법을 물어보러 오는 로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로인들을 위해 약방에 돋보기와 확대경을 준비해두었지만 일반적으로 약사들이 커다란 글씨로 복용방법을 적어드리고 있습니다.”고 소개했다.

  “복용방법과 주의사항만이라도 크게 적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약품포장 겉면의 글씨를 크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음성이나 동영상으로 설명서 내용을 설명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알아보기 쉬운 도표, 그림 형식으로 복용방법을 적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취재에 응한 로인, 자녀들은 모두 이런저런 불편함을 호소하는 동시에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로인들을 위한 맞춤형 조치가 바야흐로 실행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추춘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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