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담 (외 1수)□ 송미자

2023-03-17 09:35:01

청명은

추운 날입니다

섣달의 눈보라 기승 부리며

내 정수리를 때리는 날

눈보라 속의 차디찬 생리별

험악한 산길 톺아오르던 세월이

춥고도 추운 기억으로 각인되였습니다

청명이 오면 오돌오돌 떨었습니다

따뜻한 봄볕도 녹이지 못한 이 추위는

정녕 무엇입니까


청명은

아픈 날입니다

얼마나 아프셨을가

그 세월

잊은 듯 손 내밀어 악수를 건네셨죠

그때의 그 아픔 보이지 않으시려고

극구로  웃음 지으시며 떠나셨습니다

어린 나이로서는 리해할 수 없어

청명이 오면 그냥 아프기만 했습니다

피여나는 봄꽃도 달래지 못한 이 아픔은

정녕 무엇입니까


쏘아올린 화살이 땅에 떨어지기까지

참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덧 아버지 돌아가실 적 나이를 훨씬 넘어서도

청명이면 또 시려오는 마음의 통증을

이렇게 넉두리처럼 쏟아붓노라니

인제야 조금씩 알게 되였습니다

그 추위의 뜻과 아픔의 함의를

걸음걸음 피눈물 고인 삶이

나에게 펼쳐준 꽃길이였습니까

살아생전 미움도 원망도 가시여내는

고달픈 작업이 덕을 쌓는 길이였습니까

오만한 삶을 조이게 하고

부푸는 욕심을 가두게 하는

조물주의 뜻을 한생으로 가르치셨습니다

아버지.



김치


성은 김씨요

이름은 치요


풀이였다가

뿌리였다가

사해에 몸을 담그었다가

활활 타는 불같은

고추가루의 세례도 견디여내고

가슴 파는 마늘과 생강의 폭언도 이겨냈다

움 속에 들어 수련하면서

깨치는 삶의 철학

그대의 혀끝에 침을 놓고

  그대의 령혼에 불꽃을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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