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외 3수)□ 문 정

2023-04-07 09:27:10

봄비를 맞지 않고도

꽃은 피였다

진달래꽃도 민들레꽃도


해빛 가득 들이마신 들판이

수태를 했나 보다


새들의 지저귐에

꽃들이 샐쭉 웃자

세상이 갑자기 환해졌다


저 시내물에 실려가는 꽃들이

가을에 다시 오마 약속했으니

그땐 잔치라도 한바탕 벌려야겠다


가을 꽃잔치를

지금부터 서둘러야겠다.





딩동딩동

초인종 입술이 부르틀 지경이다


일년 내내 얼쩡거리지도 않던

구촌조카에 사돈의 사촌

동창생의 동생에

아들녀석 친구들까지


그 많은 세배를 받고 보니

마음이 붕 떠서 구름인데

아이고 이를 어째

세배돈 만만치 않구나


이제 끝났나 보다

벌렁 누웠는데

세월이 나이값 내라 한다


못준다 외상이다 발버둥 치니

알았다 나중에 값 톡톡히 치르리라

웃으며 뒤문으로 달아난다.



보온병


얼마나 뜨거운 걸 넣어주면

얼마나 뜨거운 걸 꺼내준다

얼마나 차가운 걸 넣어주면

얼마나 차가운 걸 내여준다


속을 비웠으므로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속에 든 무엇이든

항상 누군가에게 덜어준다


가슴을 꺼내주면

마음이 따스하다.



아 침


어둠이

온밤 끙끙 앓더니

불끈 태양이 솟는다


삽시에 온 누리에

찬란한 빛이

충만하다


커튼을 열자

커튼을 열자


저 해빛 잘 머금은 공기를

한웅큼씩 뚝뚝 베여먹고

우리도 들판을 달리는 꿈 키워가자


하루를 열자

하루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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