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외 3수)□ 문 정
봄비를 맞지 않고도
꽃은 피였다
진달래꽃도 민들레꽃도
해빛 가득 들이마신 들판이
수태를 했나 보다
새들의 지저귐에
꽃들이 샐쭉 웃자
세상이 갑자기 환해졌다
저 시내물에 실려가는 꽃들이
가을에 다시 오마 약속했으니
그땐 잔치라도 한바탕 벌려야겠다
가을 꽃잔치를
지금부터 서둘러야겠다.
설
딩동딩동
초인종 입술이 부르틀 지경이다
일년 내내 얼쩡거리지도 않던
구촌조카에 사돈의 사촌
동창생의 동생에
아들녀석 친구들까지
그 많은 세배를 받고 보니
마음이 붕 떠서 구름인데
아이고 이를 어째
세배돈 만만치 않구나
이제 끝났나 보다
벌렁 누웠는데
세월이 나이값 내라 한다
못준다 외상이다 발버둥 치니
알았다 나중에 값 톡톡히 치르리라
웃으며 뒤문으로 달아난다.
보온병
얼마나 뜨거운 걸 넣어주면
얼마나 뜨거운 걸 꺼내준다
얼마나 차가운 걸 넣어주면
얼마나 차가운 걸 내여준다
속을 비웠으므로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속에 든 무엇이든
항상 누군가에게 덜어준다
가슴을 꺼내주면
마음이 따스하다.
아 침
어둠이
온밤 끙끙 앓더니
불끈 태양이 솟는다
삽시에 온 누리에
찬란한 빛이
충만하다
커튼을 열자
커튼을 열자
저 해빛 잘 머금은 공기를
한웅큼씩 뚝뚝 베여먹고
우리도 들판을 달리는 꿈 키워가자
하루를 열자
하루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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